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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질 동업자 의식 드러낸 박기춘 체포동의안 반대 89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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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가결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이후 처리되기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준 행태는 할 수만 있다면 체포동의안을 무산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체포동의안 처리와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현안 질의나 국정조사 시행 등을 연계시킨 것은 그런 의도를 잘 보여줬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섭지 않았다면 새정치연합은 그런 고질적 '끼워넣기' 전략을 밀고 나갔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박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지만, 반대표가 무려 89표나 나왔다. 기권 5표, 무효 5표 등 체포동의안 가결에 '우회적인' 방해를 시도한 의원도 10명이나 됐다. 이는 한국 정치집단이 여전히 구제 불능의 도덕 불감증에 젖어 있음을 드러낸다. 그 도덕 불감증이란 파렴치한 범죄를 공통분모로 한 저질의 동업자 의식, 다시 말해 '우리끼리 지켜주자'는 집단적인 도덕적 타락의 현시(顯示)이다.

박 의원은 정치범이나 확신범이 아니다. 분양대행업자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포함해 무려 7억3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잡범'이다. 게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박 의원은 받은 금품을 되돌려주면서 증거 은닉까지 시도했다. 그리고 박 의원은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다. 건전한 상식으로는 반대표를 던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박 의원이 자수서를 쓴데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한 마당에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허접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헛웃음이 나오는 월권 의식이다. 언제부터 구속할지 말지를 국회가 결정했다는 말인가. 구속 수사 여부는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박 의원 체포동의안에 직'간접적인 반대표가 99표나 나왔다는 것은 결국 특권 수호를 위해 무기명 표결을 악용한 것과 같다. 이는 무기명이란 방패 뒤에 숨어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모든 표결은 기명으로 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이번 표결이 기명이었다면 감히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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