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통신골목'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이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등의 영향으로 판매 가격 경쟁이 불가능해지자 판매점들이 하나둘 떠나고, 그 자리에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등이 들어서는 모양새다.
20일 오후 1시 대구 중구 봉산육거리 인근에서 중앙파출소까지 이어지는 400m 거리 '통신골목'. 이곳은 5분 동안 10명도 채 지나지 않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때 100여 곳이 있었지만 이날은 이동통신사 대리점 21곳을 포함해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업소는 38곳에 불과했다.
휴대전화 판매점이 이 빠지듯 철수한 빈자리에는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가 들어섰다. 올해 초까지 휴대전화 판매점이 있던 도로변 한 부지에도 기존 건물을 허물고 레스토랑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휴대전화 판매업자 김모(39) 씨는 "2010년쯤부터 손님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단통법이 실시된 이후로는 가격이 상향평준화하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통신골목은 휴대전화 판매점이 밀집해 가격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1개 업종 특화 상권'이었다. 많은 판매점이 간판에 통신사 로고만 새긴 채 영업하던 당시 통신골목에서는 단골을 잡고자 '폰값 똥값' '지구에서 가장 싼 집' 등 독자 상호를 내건 점포가 속속 등장했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 휴대전화 판매업자들이 수시로 벤치마킹을 하러 왔고, 대구뿐만 아니라 부산과 울산, 구미에서도 휴대전화를 사려는 소비자가 길게는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해 상가 임차료가 들지 않는 인터넷 휴대전화 판매상이 등장하고 우체국'홈쇼핑'편의점 등에서 알뜰폰을 판매하니 오프라인 점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단통법을 내놓으며 휴대전화 판매 보조금을 제한한 탓에 보조금 지급도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판매업자들이 이곳에서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동네 상권으로 자리를 옮겨간 것.
이곳 판매업자들을 비롯해 동성로 상인들은 '차라리 새 상권으로 재편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통신골목 내 60여 점포가 이사한 뒤로 유동인구조차 급격히 줄어 동성로 상권에도 악영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득종 동성로상가번영회 부회장은 "통신시장의 소비자 수요가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통신골목이 명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휴대전화 판매점이 있던 자리에 다양한 업종 점포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이곳 상권도 다시금 활성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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