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文 목숨, 신우석 혀끝에 달렸다" 조국당 '미투' 촉발 이유는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신우석 전 조국혁신당 사무부총장.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신우석 전 조국혁신당 사무부총장.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당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고 전격 탈당하자 수면 아래 있던 조국혁신당 내부분열론이 물 밖으로 나오는 모양새다. 조국혁신당 핵심을 장악한 '문파' 쪽 인사가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했던 것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조국혁신당은 문재인 정부 인사가 주를 이루는 문파와 조국 전 당 대표 없이 살아남자는 '자강파'로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최근 문파와 자강파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조국혁신당 의원 12명과 주요 수뇌부 가운데 조국 전 당 대표 최측근인 김선민 의원을 비롯 신장식·차규근 의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를 거친 인사 등 문파가 한 묶음이고 박은정·정춘생·황운하 의원 등을 포함한 비례대표 의원 12인의 절반 정도가 '탈조국'도 불사하겠다는 자강파로 묶이고 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출신이지만 민주당 시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해 문파 보단 자강파로 분류된다고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가장 왼쪽)이 경남 양산시 메가박스 양산증산점에서 영화
지난달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가장 왼쪽)이 경남 양산시 메가박스 양산증산점에서 영화 '다시 만날, 조국' 관람을 앞두고 객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문파가 조국혁신당 지도부와 사무처를 장악해서 벌어진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면서 조국혁신당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실제 강 전 대변인이 폭로한 성 비위 사건을 처리한 지도부는 모두 문파로 가득하다.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조 전 대표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7일 사퇴한 직전 사무총장 황현선 씨와 이광철 당무감사위원장은 문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당 대표 권한대행 정무실장은 조용우 전 국정기록비서관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주요 보직이 문파로 가득하다. 홍종학 경제특보는 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이지수 해외특보는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을, 법률특보 김형연 변호사는 문 정부 시절 법무비서관으로 현재 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 변호인이기도 하다. 법률위원장 서상범 변호사 역시 김형연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 변호인을 맡고 있다.

김보협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MBC 캡처
김보협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MBC 캡처

이 때문에 강 전 대변인이 폭로한 성 비위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최근 정치권이 조국혁신당 사태를 바라보는 한 갈래 시각이다. 강 전 대변인이 직격한 건 김보협 전 대변인과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전직 한겨레신문 기자인 김 전 대변인은 제명이 됐지만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문파 신 전 사무부총장은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분만 받아 이 사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목숨, 신우석 혀 끝에 달렸다."

신 전 부총장은 애초 조국혁신당 내부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니었다. 강 전 대변인의 폭로 뒤 가장 먼저 수면 위에 부각됐던 것도 김 전 대변인이었다. 그러다 신 전 부총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5일 최경영 전 KBS 기자는 페이스북에 이 사건을 "김보협 성추행 사건"이라고 명명하며 "자꾸 피해자인 여성들 이름 언급하지 말고 한겨레에서 청와대 출입기자 하다가 그 끈을 이용해 정치권으로 간 전(前) 진보신문 기자 '김보협 사건'으로 부르는 게 마땅하다"고 적었다.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보협·신우석 이름을 끌어올리고 있는 최경영 전 KBS 기자. 유튜브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보협·신우석 이름을 끌어올리고 있는 최경영 전 KBS 기자. 유튜브

이 글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가장 폭발력이 컸던 건 "김보협만이 아니다. 김보협·신우석 성 비위 사건"이라는 댓글이었다. 최 전 기자 글을 공유한 누리꾼 다수는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보협·신우석 성추행 사건이라고 명명해 달라"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누리꾼 반응을 가장 민감해 하는 건 바로 문 전 대통령과 문파로 파악된다. 정치권에서 "문 전 대통령 목숨은 신우석 혀 끝에 달렸다"는 말이 돌 정도로 신 전 부총장은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지켜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 전 부총장은 문재인 청와대 시절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맡았던 행정관 출신으로 조 전 대표가 민정수석일 때 특별감찰반장이었다.

신 전 부총장이 단순 문파라서가 아니다. 신 전 부총장이 문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참고인이기 때문이다. 신 전 부총장은 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재판 핵심 증인인데 아직까지 한마디도 뱉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문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 재판 증인신문을 열고 신 전 부총장을 부른 바 있다. 하지만 신 씨는 80여회에 이르는 검찰 쪽 질의를 모두 증언 거부로 응수했다.

이 내막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조국혁신당이 신 전 부총장을 보호해 주니까 검찰이나 법원에서 어느 정도 방어가 되는데 신 전 부총장을 김보협처럼 제명하면 보호막이 사라진다"며 "조국혁신당 보호막이 사라지면 가장 두려움에 떨 사람은 바로 문 전 대통령이다. 그런 이유로 조국혁신당 입장에선 신 전 부총장이 연루된 성 비위 사건 관계자 징계를 질질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당시 공공기관장이자 기업인이었던 이상직 전 의원으로부터 전 사위인 서창호 씨의 타이이스타젯 항공사 임원 채용과 고액의 급여·주거비 등 금전적 이익을 제공 받았다며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사위를 챙겨준 대가로 이 전 의원에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리를 줬다는 것이다.

◇친문 vs. 친이... 다시 전쟁 시작?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 전 대표를 앞세운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장악한 이재명 대통령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전반에도 이런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는지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원 일부는 오는 20일 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는 집회를 평산마을에서 열겠다고 한다.

주최 측은 경남 양산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하며 "문 전 대통령이 조 전 대표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등 민주당에 과도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신고한 집회 인원은 3천명에 이를 정도라고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은 일찌감치 문파로 단결해 내부결속에 들어갔다. 탈조국도 불사하는 자강파 밀어내기가 이런 갈등을 심화하는 요소라고 한다. 예를 들어 황운하 의원을 둘러싼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은 대선기획단을 구성하며 원내대표였던 황 의원을 포함 일부 의원을 '패싱'하고 대선기획단 구성안을 발표했다. 이에 황 의원을 비롯한 자강파 의원들은 집단 반발했다. 황 의원은 원내대표 직권으로 긴급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 뒤 5월 있었던 원내대표선거 때 문파는 똘똘 뭉쳐 황 의원을 내리고 서왕진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는 선택을 했다. 조국혁신당 내부를 잘 아는 인사는 "조 전 대표는 황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 유죄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으론 기대했던 것 같다. 황 의원이 유죄를 받으면 다음 비례대표 승계자가 되는 게 김형연 전 문재인 청와대 법무비서관이기 때문"이라며 "조 전 대표 입장에서는 문파가 많을수록 조국혁신당을 부리기가 쉬워 황 의원의 유죄 확정에 따른 이탈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황 의원은 지난달 무죄를 확정 선고 받았다. 황 의원을 필두로 하는 자강파가 여전히 버티고 있어 조국혁신당의 내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황 의원과 조 전 대표의 갈등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강 전 대변인이 제기한 성 비위 처리는 실제 당무를 볼 사람이 굉장히 적어 늦어진 것도 있다. 문파가 연루돼 늦어졌다고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조 전 대표 측근들과 상당수 문파가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법조계' 출신이라 법적으로만 사태를 바라보다 실언도 하고 사태를 키웠다"며 "문파의 정무 감각 부족이 이 일이 커진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문파 행보를 보이는 인사에 대한 단속을 시작한 모양새다.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강욱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에 대한 윤리감찰단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표면상으로는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건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는 이유에서인데 "민주당 소속인 최 전 원장이 조 전 대표를 따라 문 전 대통령 참여 행사에 따라가는 등 문파 행보를 지속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