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필경의 에세이 산책] 에세이보다 아름다운 정치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은 정치에 대해 모두 아는 듯하고 나름대로 견해를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다음은 우리말을 잘 하는 외국인의 경험이다.

"서울에 관한 내 최초의 기억들 가운데 몇몇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과 다방에서 나눈 대화였는데, 그들은 서슴없이 모든 정치인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온갖 소문을 주고받으며 고위 권력자들에 관한 잡담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낮 시간에 이른바 종편은 90% 이상을 정치에 대해 할애하면서 정치를 가십 수준으로 비하하여, 국민에게 정치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도록 한다. 정치는 우리 삶에서 무엇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기원전 9세기, 주나라 제10대 국왕 여왕(勵王)은 전매정책을 취하는 재정 전문가에게 나라를 맡겼다. 모든 사업을 정부가 독점하자 백성들이 원한을 갖고 반항했다. 이에 대해 여왕은 무사(巫師)란 요상한 사람으로 비밀 경찰대를 조직했다. 무사들은 술법을 부려 사람을 한 번만 보고도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판단했다. 이 자들은 쉬지 않고 길거리 구석을 돌면서 배반 또는 비방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람을 지적하고 잡아다 감옥에 가두는 등 처벌했다.

더 이상 왕에게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백성들은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고 친척이나 친구 사이라도 눈짓만 할 뿐이었다. 여왕은 환호했다. "어떤가? 내가 마침내 반란과 비방을 멈추지 않았는가!"

그러자 소공(召公)이 여왕에게 충고했다.

"임금이 다스리는 법을 알 때, 시인들은 자유롭게 노래하고, 백성들은 편하게 행동하고, 역사가들은 진실을 말하고, 신하들은 마음껏 조언한다. 가난한 자들은 세금에 대해 불평하고, 학생들은 교훈들을 큰 소리로 낭송하고, 장인들은 자기 기술을 자랑하며 일자리를 찾고, 사람들은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말하며, 노인들은 마음 놓고 만사를 나무라는 법이다."

인간의 삶에서 이보다 아름답고 고귀한 에세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수천만 권의 정치 관련 책을 다 묶어도 2860년 전의 밝은 지혜를 찾기가 힘들리라. 올바른 정치란 이처럼-시인이 노래하고, 백성이 편하고, 역사가가 진실을 이야기하며, 가난한 자들이 불평하는-고귀한 인간 행위가 아닐까?

몇 년 뒤 여왕은 기어이 쫓겨나고, 주나라를 소공과 주공(周公)이 함께 다스렸다. 역사는 이를 두고 '공화(共和)정치'라 했다. 국민들이 정치를 비난이나 기피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올바른 정치를 추구하면, 정치 담론은 에세이보다 아름답고 그 어떤 사회적 행위보다 고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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