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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의 새論 새評] 남북 합의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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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 중졸검정고시. 서울공고
1957년생. 중졸검정고시. 서울공고'경희대 법대'미국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졸업. 미 연방 변호사. 현 KBS1 라디오 공감토론 진행자

위협에 흔들리지 않은 국민 '일등공신'

박 대통령 남북 합의 후 첫 정치권 행사

여당 의원들만 초청한 자리 아쉬울 뿐

안보에는 여야 없음을 다짐했더라면…

전면전 위기가 언제였는가 싶다. 남북은 40시간이 넘는 회담 끝에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합의문에 진정성이 없다, 오히려 다급한 건 북한이었다, 전쟁을 했으면 북한군은 괴멸되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버텼어야 한다, 등등 이런저런 후일담은 부질없다. "전쟁은 때때로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필요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악이며 선이 아니다"(지미 카터)는 말은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건 새겨야 할 말이다. "우리는 평화롭게 살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아리스토텔레스)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는 게 전쟁이다.

일등공신은 북한의 위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국민들이다. 전역을 연기하는 병사가 속출하고, "불러만 달라"는 예비군들의 각오도 SNS에 넘쳐났다. 라면 사러 갔더니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그냥 왔다는 어느 친구의 말처럼 사재기 하나 없었다. 백화점이 아수라장이 되고, 동원된 예비군이 도망가고, 비행기 표 값이 10배 폭등했다는 북한 방송을 개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군통수권자의 분명한 메시지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군복차림으로 군사령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선조치 후보고'를 강조하고 철수를 불사한다는 훈령을 협상단에 보낸 것이 그것이다. 그마저도 '용비어천가'라며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일부 의견은 지나친 논리다. 우리 영토인 연평도가 포격을 당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확전 자제'를 일성으로 언급했던 어떤 대통령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나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서 선거를 치르던 승부사 기질을 볼 수 있었다. 천막당사로 당의 기사회생을 이끌어 내고 "대전은요?" 한마디로 선거판을 뒤집어 놓던 '선거의 여왕' 말이다.

하지만 선거와 국정운영은 다르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선거는 단기간의 이미지 전략과 폐부를 찌르는 한마디로도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다. 반면 국정은 때로 지루해 보이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선거에 비해 끝없는 소모전을 필요로 한다. 반대하는 야당과 회의적인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설득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번 남북 합의는 선거 승리처럼 일회성 승부였다. 선거 승리만으로는 국정이 돌아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는 것만으로 향후 남북 관계가 평화적으로 풀린다는 보장이 없다.

박 대통령이 남북 합의 이후 첫 정치권 행사로 여당 의원들만을 초청하는 자리를 가진 점은 그런 면에서 아쉽다. 여야 대표단을 초청하거나 여야를 포함한 사회원로들을 초청하여 설명의 자리를 먼저 가졌어야 한다. 야당의 협조에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계속해서 안보에는 여야가 없음을 다짐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자리에서 슬쩍 4대 개혁 등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도 구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북한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나선 지역에 홍수가 나서 큰 피해를 입었음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우리에게 도와 달라는 신호나 다름없다. 북한의 구체적인 요청이 있으면 돕겠다는 우리 측 반응은 너무 소극적이다. 남북 관계에 환상을 갖고 덤벼들자는 게 아니다.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도 금물이다. 북한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유라시아 철도, 비무장 지대 평화공원 등 커다란 비전을 펼쳐보인 박 대통령 아닌가. 대박을 낳는 통일은 먼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의 교류협력 관계 구축은 어렵지 않게 실현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판의 승부로 끝낼 수 없는 게 남북관계이다. 때론 지루하고 끝없는 소모전처럼 보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억지력은 국민의 일치된 힘에서 구할 수 있음을 이번에 보았다. 든든한 국민의 힘을 믿고 지금부터 제대로 된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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