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가장 추운 시기인 1월 초에 봄 같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스케이트장이나 눈썰매장 등 겨울 놀이 공간은 개장조차 못한 곳이 많고 야외놀이공원이나 골프장 등에는 인파들이 넘쳐나고 있다.
3일 대구의 최고기온이 13.9℃로 평년 최고기온(1981~2010년) 5.9도에 비해 무려 8도 이상 높았다. 2002년 이후 1월 초'중순(2002년 1월 15일 16.5도) 기온으로는 14년 만에 최고 기온을 나타냈다.
2일 오후 1시쯤 안동시 남후면 암산유원지 스케이트장. 매년 이맘때쯤이면 발 디딜 틈이 없던 이곳이 올해는 썰렁하기만 했다. '익사 사고 예방을 위해 스케이트 금지한다'는 현수막만 썰렁하게 붙어 있었다.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얼음이 얼지 않아 스케이트장 개장이 미뤄지는 탓이다. 운영자 김제이(60) 씨는 "겨울 특수는커녕 개장도 못해 올겨울 매출이 0원"이라며 "6일 소한이 지나면 추워진다고 해서 그때만 바라보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얼음축제도 16일로 연기했고, 그때까지 얼음 두께가 안전기준(20㎝)을 통과하지 못하면 축제 자체가 취소된다.
달성군 비슬산 자연휴양림 눈썰매장도 이상 고온 때문에 부분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전체 8개 레인 중 2개만 인공눈을 뿌려 눈썰매장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따뜻한 겨울을 즐기려는 이들로 놀이공원 등은 북적이고 있다. 3일 오후 2시쯤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달구벌대종 앞 광장에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활기찼다. 후드티에 트레이닝 바지의 가벼운 옷차림을 한 5, 6명의 20대들은 스케이트보드 연습에 추위를 잊은 듯 이마에는 구슬땀을 흘렸다. 박주영(25'대구 수성구 상동) 씨는 "아침부터 나와 오후까지 보드를 타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며 "이대로 큰 추위 없이 겨울이 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프장과 이랜드 등 놀이공원들도 연중 비수기인 1월에 때아닌 인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경산 모 골프장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주말이라도 빈자리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말 부킹이 힘들 정도"라며 "지난해 비해 내장객이 3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따뜻한 겨울은 경기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겨울용품을 파는 업소나 의류점, 난방유 특수를 기대했던 주유소들은 뚝 떨어진 매출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다.
10년간 스키 매장을 운영한 이상욱(42) 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후 올해처럼 포근했던 적이 없었다"며 "보통 11월 중순에 스키장이 개장했는데 올해는 12월 초가 돼서야 (개장)해 3주 장사를 날렸다. 매출은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엘니뇨 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며 "2월까지 일시적으로 추운 날씨가 찾아오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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