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오모(37) 씨는 얼마 전 20개월 된 아이를 돌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했다. 38℃가 넘는 열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아이가 힘없이 축 처지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결국 아이는 '바이러스성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틀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아이들이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경련이나 발작은 눈의 흰자위가 보이고 침을 흘리거나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몸이 뻣뻣해지거나 처지는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열성경련, 재발 많지만 발달에는 영향 없어
열성경련은 고열을 동반한 경련을 말한다. 가장 흔한 어린이 경련으로 38도 이상의 고열이 있으면서 전신이 뻣뻣해지거나 축 처지는 전신경련 증상이 나타난다. 지속 시간은 대개 10분 미만이다. 목감기나 열성 바이러스성 감염, 중이염, 폐렴, 요로감염, 장염 등도 고열을 동반한다.
열성경련은 소아의 5% 정도가 경험하며 6개월에서 5세 사이에서 가장 흔하다. 만약 경련이 신체의 한 부분에서만 발생하고, 지속 시간이 15분 이상으로 길며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염이나 뇌수막염, 다른 경련성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열성경련은 재발할 확률이 높다. 한 번 열성경련을 한 아이의 30~40%는 다음에 고열 질환을 앓을 때 경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열성경련이 있던 아이라도 발달 및 인지기능, 학습에 문제가 나타나진 않는다.
비열성경련은 열이 없는 상태에서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질환이 소아 간질이다. 열이 없고 설사나 구토 등의 장염 증상 등이 없는 상태에서 경련을 하며 2번 이상 나타나면 소아 간질일 가능성이 있다. 신경계 감염 및 후유증, 양성 및 악성 종양, 뇌의 형성 혹 발달 장애 등도 원인이지만 뚜렷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이 75%를 차지한다.
그 밖에 설사와 구토, 탈수 등의 장염 증상과 동반된 양성 경련과 혈액 속의 포도당,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대사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경련을 할 수 있다.
◆짧은 경련은 끝난 후 병원 찾는 게 안전
단순 열성경련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면 아이를 편하게 해주고, 딱딱한 바닥에 눕혀 고개를 좌우로 돌려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 경련 시 침이나 토사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련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응급실로 데려가서 산소 및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짧게 끝나는 경우에는 경련이 멈춘 후에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 손을 따거나 기도를 확보하겠다며 입 안으로 무언가를 집어넣는 행위, 팔'다리를 주무르는 행동들은 경련을 멈추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열성경련은 뇌파 및 뇌 MRI를 촬영해 진단한다. 이상 소견이 없어도 비열성 발작의 병력을 통해 간질을 진단할 수 있다. 2, 3년간 약물치료를 하는 게 보통이고, 70~80% 정도는 발작이 조절된다. 20% 정도는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난치성 간질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케톤 생성 식이요법이나 미주신경자극치료, 간질 수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계향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에게 발생하는 간질은 성인과 달리 비교적 예후가 좋고, 양성인 경우가 많아 적절한 치료가 도움이 된다"면서 "간질 환자들은 식생활이나 운동, 공부, 취미 생활 등에 있어 특별한 제약이 없어 일반 아이들처럼 키우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계향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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