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노인들이 할 일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회비 내는 회원 100만 명 충분히 모집

훌륭한 노인들 모아 '은빛당' 만들어

친북·종북 숨도 못 쉬게 나라 살려야

역사적 사명 안고 평화통일 이루자

옛날에는 60세가 되면 시골에서 회갑잔치를 크게 열었다. 그 나이가 되기까지 사는 사람들이 적어서 50대도 노인 행세를 했었다. 그러나 한국인의 생활이 비교적 안정을 찾은 1960, 70년대부터 평균수명이 차츰 늘어나 이제 한국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80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한다. 천재지변이나 역병이 없는 한 유가(儒家) 5복(福) 중에서도 제일로 꼽히는 '장수'(長壽)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많은 노인들이 어찌하여 앙앙불락의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가? 아들'딸을 잘 먹이고 잘 교육시키려고 최선을 다하였건만 아들'딸은 저희들만 위해 살지 부모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추석 같은 명절에는 아이들이 어딜 가자고 조르니까 부모라도 계신 곳을 찾는 것일 뿐이다.

대한노인회가 생긴 지는 오래다. 이 단체는 관변단체 중 하나로 정부가 지급하는 얼마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꾸려왔는데, 이심 회장이 여러 해 회장 자리를 지키면서 그 면모를 일신하였고, 이제는 정부에 조언하는 압력단체로서의 자리를 굳힌 것 같다. 오늘의 대한노인회는 옛날처럼 비굴하지도 않고 비실거리지도 않는 매우 단단하고 당당한 노인회로 거듭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노인들에 대하여 품어온 내 꿈을 한 번 피력하고자 한다. 이 나라의 노인들이 정당을 하나 조직하여, 앞으로 오는 태평양 새 시대의 주역이 될 한국인들을 모아 정치적 세력이 되게 하고 큰일을 노인들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당의 명칭은 '노인당'이라고 해서는 매력이 없으니까, '은빛당'(Silver Party)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80세가 넘은 노인들만 모이는 '장수클럽'에서 회원인 김혁석 교수가 나와 노인들이 모여서 나랏일을 걱정할 필요가 있음을 조리 있게 설명하면서, 스스로 38선을 넘어 탈북'월남한 노인임을 시인하며, "우리에게 대한민국밖에 남은 것이 또 무엇이 있습니까? 이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나라의 내일을 걱정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80세가 넘은 노인들-장군 백선엽, 기업인 김봉균, 시인 김남조, 언론인 방우영, 총장 조완규, 영화인 신영균, 교수 나영균, 사장 정광헌, 목사 서광선, 의사 조병채, 장관 이용만, 대사 박수길, 시장 이희영-이 모두 엄숙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렇다. 우리가 가만히 앉아만 있을 때가 아니다." 자리를 뜨는 회원들의 얼굴은 비장하기까지 하였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일밖에는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이 땅의 노인들이 'Silver Party'를 조직하여 이 나라를 건지고 세계를 건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 나라의 Silver Party는 회비 내는 회원 100만 명을 모집할 수 있다. 그것도 단시일 내에! 회원은 60세 이상으로 한다. 패기 있는 노인들을 100명만 정치 일선에 내세울 수 있어도 친북'종북은 이 나라의 정치 풍토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될 것이다. 이자들을 단속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경제도 정치도 발전할 수 없다.

양심이 살아 있고 식견이 풍부한 노인들이 모여서,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로 전진해야 하는 대한민국에 크게 기여하는 바 있으리라. 60살이 아직 되지 못해서 당원이 될 수 없는 젊은 정치인들은 준당원이 되어 Silver Party의 공천을 받아야 한다. 한국의 정치가 썩었다고 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의 유능한 노인들이 정권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Silver Party의 정강정책은 자유민주주의이고 남북통일도 자유민주주의 실천궁행을 위해서만 필요하다. 전쟁을 거치지 않고도 남북이 통일되는 길이 있음을 이 땅의 노인들은 안다. 그 지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활용돼야만 한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 그 길을 우리는 가야만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Silver Party의 역사적 사명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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