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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국어 선생도 헷갈리는 '이'와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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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쓴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깊히 새겨 실천하겠습니다."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글의 내용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깊히'라는 말이 맞춤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깊이'라고 쓸 때나 '깊히'라고 쓸 때나 발음은 똑같이 [기피]가 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많이 헷갈린다.

그런데 부사를 만드는 접사로 '-이'를 쓰느냐 '-히'를 쓰느냐는 국어 선생님들에게 물어보아도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 어문 규정에는 이 부분에 대한 규정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맞춤법 규정 제51항을 보면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 국립국어원에서도 개인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들을 수도 있고, 발음자의 습관에 따라 달리 쓸 수 있기 때문에 모호한 규정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규칙을 정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는데,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하다'가 붙어서 말이 되면 '히'로 적고, 말이 안 되면 '이'로 적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꼼꼼하다'가 되기 때문에 '꼼꼼히'로 적고, '곰곰하다'는 되지 않기 때문에 '곰곰이'라고 적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명쾌해지기는커녕 당연히 '이'나 '히'로 적던 것들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깨끗하다'가 되는데 왜 '깨끗이'라고 적느냐, '익하다'는 말이 안 되는데 왜 '익히'로 적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예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예외가 많아질수록 규칙만 퇴색될 뿐 그렇다고 명확하게 구분되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말에 적용되는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가 붙어서 말이 되는 것을 '히'로 적는다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우리의 감각에 잘 맞는 것이다.

그런데 '깨끗이'를 '깨끗히'로 쓰는 사람은 없고, '익히'를 '익이'라고 쓰는 사람은 없으므로 규칙으로 그 부분까지 설명하려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와 '히'로 발음이 되는데 '깊숙이, 수북이, 촉촉이'처럼 일관성 없이 '이'로 쓰라고 한 말들 때문이다.

이 말들은 '하다'가 붙어서 말이 되고, 실제 발음도 [깁쑤기]보다는 [깁쑤키]를 더 많이 쓴다. 이 말들에 대한 사정을 다시 한다면 좀 더 간결하고 명쾌한 맞춤법 규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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