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오빠생각' 배우 이희준

배우 이희준(37)은 21일 개봉한 영화 '오빠생각' 출연 제의를 3, 4번 거절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영화 '로봇, 소리'에서 국정원 직원 역할을 맡았는데 '오빠생각'에서 6'25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을 집중력 있게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6'25전쟁 당시 실존한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영화 '오빠생각'. 전쟁의 아픈 상처를 지녔지만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한상렬(임시완) 소위가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 대척점에 있는 갈고리(이희준)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연기에 대해 욕심이 많은 이희준은 "악역이지만 그 시대에 살았을 것 같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낸 인간을 만들고 싶다"는 이한 감독의 말에 이끌려 승낙했다. 갈고리의 상황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단순하게 못된 악역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어떤 악역은 정말 나쁜 짓만 하더라고요. 관객에게 설명이 안 되어도 나에게는 공감이 돼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서 거절한 영화도 있어요. 이번에는 공감돼 제가 오히려 아이들을 때리는 장면을 더 넣자고 한 걸요. 저는 이해되고 공감이 되면 극 중에서 더 나쁜 짓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이희준은 합창단 아이들과 친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무섭게 대하려 했다. 하지만 이희준은 "아이들 다루기가 너무 어렵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갈고리가 화가 나 집기를 막 집어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때는 도망가는 척했던 아이들이 컷 소리가 나니 '와, 저 삼촌 연기 봤어? 연기되게 무섭게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무서워해야 하는데 내 갈고리를 만져보려고 하고, '저리 가!'라고 소리 지르면 '저리 가래~'라고 따라 하며 웃고 그랬다니까요. 더 무섭게 하지 그랬느냐고요? 제 타고난 선함 때문에 어쩔 수 없죠. 뭐. 하하하."

이희준은 이한 감독의 따뜻한 마음을 배운 게 '오빠생각'에 출연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명장면을 끌어내기 위해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감독님들도 있어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고 말은 해놓고 이상하게 그려서 배신당할 때도 있죠. 그런데 이한 감독님은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과 스태프 등 모두의 행복을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자기 주관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배우를 신나게 연기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았어요. 같은 창작자로 뭔가를 하게 해주는 게 좋았죠. 추운 겨울이었는데 쫑파티 때는 조'단역 아이들이 다 올 때까지 가게 안으로 안 들어오시더라고요. 다 만나서 '수고했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감독님과 오래오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극 중 갈고리의 과거 이야기는 부족하다. 사실 갈고리가 나쁘기만 한 악역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신들이 많이 편집됐다. 데리고 있던 아이가 죽어 재를 뿌려주는 등 인간적인 모습도 있었다. 아쉬울 법도 한데 이희준은 개의치 않아 했다. "합창단 위주로 흘러가야 하는 영화이니깐 그런 걸 욕심내면 안 된다"고 했다.

이희준은 오는 4월 모델 이혜정과 결혼한다. 털털한 성격의 그는 거리낌 없이 식장을 알아보러 다니다 결혼 사실이 알려졌다. 예비신부는 남편이 악역이 아닌 멋진 주인공을 맡는 걸 원하지 않을까.

"제가 이런 역할 하는 걸 재미있어해요. 제 이야기와 제 캐릭터, 영화에 대해서 존중해주죠. 서로 대화가 통하고 존중하니, 이해가 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또 저는 인간관계에 지치고 힘들 때 자연과 마주하면 아무것도 아닌 걸 알기에 등산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와이프 될 친구와도 자주 같이 가요. 아직은 맞춰주는 것 같고 나중에는 아무래도 혼자 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로 잘 맞아 좋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