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복잡하고 혼란만 부추기는 대구 도로표지판 표기

대구의 도로에 설치된 표지판은 산재한 관공서나 공공건물 등의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한국어에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도 함께 표기한다. 관광이나 사업 등 다양한 목적으로 처음 찾는 내외국인은 물론 대구 지리와 사정을 잘 모르는 시민 편의를 위해서다. 표지판은 바로 대구를 안내하는 훌륭한 길라잡이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 표지판이 혼란스러워 서둘러 손질해야 할 실정이다. 우선 표지판의 지명이나 관공서 등의 명칭 표기가 제각각이다. 사용 언어도 한글과 한자, 영어 가운데 2, 3개로 돼 있다. 한자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글자체(번자체)와 현대 중국인이 사용하는 글자(간자체)를 섞어 표기했다. 한글 표기의 영어 표기 방식은 대구 서구청의 '서구'를 'Seo-gu'로 하거나 'Seo District'로 하는 식이다. 표지판의 디자인 또한 따로다.

이처럼 체계적이지 못한 표기가 버젓한 데는 먼저 대구 행정 당국의 잘못이 크다. 표지판은 대구를 알리는 공식 홍보 시설물이다. 이를 제멋대로 둔 것은 제대로 잘 활용해보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증거다. 표지판을 어떻게 통일성 있게 꾸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혼란스러운 표지판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표지판을 길라잡이로 삼을 이용자 편의는 감안하지 않고 공급자 입장의 무성의로 빚어진 결과와 다름없다. 행정 편의주의적인 대구 공직사회 행정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도 표지판의 복잡함에 한몫한다. 원래 고속도로와 주요 도로의 표지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준에 맞춰 국토교통부가 관리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도로명주소법 도입으로 행정자치부가 종전과 다른 새 도로표지판 표기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행자부가 국립국어원과 충분한 협의 없이 단독으로 새 기준을 마련했다 하니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와 함께 표지판을 다시 뜯어고치는 예산 낭비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표지판은 복잡함보다 단순하고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대구 '특유'의 디자인까지 더해야 제구실을 한다. 행정 편의가 아닌 시민과 방문객이 편리하도록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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