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연극인 C씨에게

연극인 C씨는 고교시절 우연히 동아리 연극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후 극단 활동을 하며 연극의 길로 들어섰고, 재수 끝에 자신의 고교 친구가 다니고 있던 한 대학의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된다. 대학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연극을 공부했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열정을 쏟아부었다. 마치 그의 세상은 오로지 연극뿐인 것처럼. 대학 졸업 무렵 친구의 소개로 지방의 한 연기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그는 연극 교육에도 탁월한 재능을 나타냈으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러나 연극 현장을 향한 그의 갈망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으며 결국 그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연극 현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극을 향한 그의 진중한 태도는 때로는 답답하기까지 했으나 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고 그런 그를 아끼고 따르는 동료 연극인들도 점차 늘어갔다. 그런데 사실 그는 그의 모든 시간을 온전히 연극에만 투자할 형편은 되지 못했다. 연극 수입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었으니 대부분의 연극인처럼 그 역시 이런저런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학교 예술 강사부터 대리운전과 비디오 촬영 등 그는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베트남에 살고 있던 친형의 일로 베트남을 찾은 그는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마침내 그녀와 백년가약을 맺게 된다. 이역만리 한국까지 오로지 자신 하나만을 바라보고 온 신부를 그는 끔찍이도 위했고 어쩔 수 없이 연극 현장과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4년 초 눈이 아주 많이 내리던 날 너무도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아르바이트로 한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촬영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는 2014년 2월 17일 오후 9시 15분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필자의 오랜 친구, 연극인 고 최정운이다. 필자와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다녔고 함께 연극을 하던 그를 한 줌의 재로 떠나보내고 난 후 참을 수 없는 먹먹함으로 애써 그를 외면하고 살아왔는데 어느덧 그가 떠난 지 두 해째다. 그가 떠난 후 수많은 언론이 가난한 한 연극인의 죽음과 예술인 복지에 대해 앞다퉈 보도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세상은 금세 그를 잊어버렸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직도 그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여전히 그가 가슴 시리게 그립다.

"정운아, 여기 우리는 변함없이 널 기억하고 있다. 너도 그곳에서 부디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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