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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하나도 안 변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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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하나도 안 변했다. 그대로네." "니가 그렇구먼, 완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니, 그럼 저 얼굴로 30년 전에 학교를 다녔다는 거야? 형체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뿐인데, 하나도 안 변했다고 동창들끼리 서로 치켜세우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다. 하긴 안 변했다는 말은 오십이 넘어서도 순수한 모습을 서로 발견하고 싶다는 바람이겠지.

하나도 안 변한 게 있긴 하다. 까칠한 성격의 친구는 더욱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을 굳힌 것 같고, 오지랖 넓었던 친구는 주당이 되어 밴드로 쉴 새 없이 소식을 퍼 나른다.

양은 냄비처럼 파르르 성질을 부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던 친구는 냄비에 달라붙은 탄 누룽지처럼 뒤끝까지 만들어 한 성질 하는 위인으로 거듭나셨다. 그래 성격은 하나도 안 변한 것 같다.

천방지축에 뒤끝 작렬, 완전 소심에 사고뭉치까지 머리 벗겨지고 자식 장가가도록 꾸준히 발전시켜 온 자랑스러운 중년들, 하나도 안 변한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때때로 큰소리치기도 하지만, 하나둘 고장 나는 몸의 장기들과 발맞추어 자신감을 잃어가고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점점 오그라들다 보니 더욱 안 변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 같다.

하지만 살 날이 너무 많이 남은 터라 정말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도 취직 못한 늠름한 자식을 계속 뒷바라지해야 하고, 설령 취직하고 결혼하더라도 손자까지 돌봐 줘야 할 무한 리필의 정신을 되새기며 인생 2막을 다짐하지 않는가? 아직도 마음은 청년이고 체력도 여전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은 채.

근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인생의 전환기를 대비해 본 적도 없고 삶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기획을 해 본 적이 없으니 그냥 명퇴하고 치맥집이나 프랜차이즈 카페나 열어 볼까 고민한다. '다른 집은 다 망해도 설마 나는 안 망하겠지'하고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설마가 사람 잡은 경우를 너무 자주 보게 되어 꼭 잘된 경우를 보고 싶을 지경이다.

중년이 되어 새롭게 변한다는 건 뭘까? 그건 아마도 '비우기'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바쁘게만 살아오면서 놓쳤던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고, 빵만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의 경험들을 찾아 나서는 구도자 같은 마음을 갖는 것 말이다.

비우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욕망으로 가득 차 있어서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단식을 하고 나면 주위에서 얼굴이 참 좋아졌다는 소릴 듣는다. 비웠는데 뭔가 채워졌다는 얘기다. 변하려면 그동안 무얼 그렇게 채우려고 했는지 내 속을 들여다보고 한번 비워 볼 일이다. 그러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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