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시비 지원금을 받지 않겠습니다.'
대구 중구 교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이 대구시의 지원금 거절에 나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9년 문을 연 요셉의 집은 노숙인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5차례 점심을 제공하는 대구 대표 무료급식소로 이용자가 많을 때는 하루에 1천여 명 이상 몰리는 곳이다. 식비의 상당 부분을 후원으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가 지자체 지원을 사절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요셉의 집이 지원금 사절에까지 나선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노숙인보다는 노인들의 이용이 늘어난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이용자의 70%가 노인들로 채워졌고 급기야 요셉의 집은 '노인분들의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까지 현관에 내걸었다.
하지만 일부 노인들이 시비 지원을 받는 무료급식소가 왜 노인 이용을 제한하느냐며 시청과 구청에 민원을 계속 제기했고 결국 요셉의 집은 지원금을 포기하고 노숙인 중심으로 운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만 1억6천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등 지난 10년간 요셉의 집은 5억원에 이르는 시비 지원을 받아왔다. 한 끼 비용 4천원 중 60%를 시비 지원으로 충당할 정도로 시비 지원에 의지했지만 노숙인 중심으로 하루 평균 이용자를 200~300명으로 유지하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요셉의 집 관계자는 "우리는 노숙인 돕기가 목적인데 어르신들이 많이 오면서 기존에 오던 노숙인의 이용이 어려워졌다. 좋은 옷을 입은 채 택시 타고 와서 밥 먹고 돌아가는 어르신 때문에 노숙인이 위화감을 느끼면서 이곳 찾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또 이용자가 너무 늘면서 업무 과부하도 문제였다. 이곳은 2명의 수녀와 자원봉사자 30명 내외로 운영되는데 이용자가 300명을 넘으면 정상적인 급식 제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설립 목적에 맞게 노숙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료급식소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부터 '노숙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어르신의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서를 외부에 붙이고 어르신의 출입을 일부 제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하루 300여 명 미만의 노숙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구순임(79) 요셉의 집 대표는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분들은 이용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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