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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우리 가족 일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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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출생.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미디어교육 전공). 2007년 MBN 입사
전북 익산 출생.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미디어교육 전공). 2007년 MBN 입사

#1. 해외여행 한번 가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는디. 내 나이 80이 넘어 이제야 한풀이 하는갑네. 아이고~ 이곳이 일본이당가. 내 나라 내 땅에서 일본놈들 땜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지옥 같은 시절을 보냈는디. 아따~ 일본놈들한테 이런 대접을 받고 이런 호사를 누린다냐. 이래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 하는구먼. 뜨끈뜨끈한 온천도 좋고 음식도 좋은디. 아휴~ 좀 더 젊어서 올걸.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쑤시고. 자식들한테 내색도 못하겠고 힘들다 힘들어. 그나저나 늘 어리게만 보이던 내 아들도 많이 늙었네. "언제 그렇게 흰머리가 늘었다냐, 아들아."

#2. "그러게요. 어무니." 오늘따라 어머니는 왜 내 흰머리 타령이래. 내 걱정은 그만 하시고 당신 건강이나 잘 챙기시지. 진작에 한번 모시고 왔어야 했는데 미루다 보니 너무 늦어버렸네. 온 가족 함께 해외여행 한번 가는데 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거야. 돈 천만원이 우습게 깨지는구먼. 홀어머니 모시고 두 딸 대학 보내고 시집까지 보내고 나니까 34년 공직생활에 돈 한 푼 안 남았네. 그나마 기대했던 공무원 연금마저 깎는다는데 언제 또 이런 해외여행을 와보겠나. 그나저나 손주 녀석은 할애비가 좋다고 여행 내내 나한테만 달라붙네. "여보, 손주 안 보고 뭐 해. 좀 데려가."

#3. "당신이 좀 보지~ 그래도 키운 정이 있다고. 고놈, 지 엄마 아빠 있어도 할애비, 할매만 찾네." 내 이럴 줄 알았어. 관광은 무슨~ 시어머니에 남편, 사위, 두 딸에 손자까지, 일곱 식구가 여행 오니 집에서보다 일이 더 많네. 손주 녀석 태어나자마자 2년을 온전히 떠맡아 키웠는데 여기까지 와서도 또 내 몫이네. 큰딸 덕에 황혼 육아로 얻은 허리 디스크나 온천에 푹 지지고 가야지.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은 편한 여행이 될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둘째 딸년은 좋은 회사를 왜 갑자기 그만둔다고 난리야. "주변에 아들, 딸들은 다들 취업이 안 돼 걱정이라는데, 좀 참지. 어쩌려고 그래! 아휴, 내가 맘 편할 날이 없어!"

#4. "아~ 괜히 얘기했어.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 난들 뭐 계약직이 이렇게 열악하고 미래가 암담할 줄 알았나. 내가 정규직 동기보다 스펙이 달리기를 해, 일을 못하기를 해, 그저 운이 좀 없어 계약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천지 차이가 날 줄이야. 연차가 쌓일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연봉이나 대우가 천당과 지옥 차이로 벌어진다니까 더 늦기 전에 때려치워야지. 그나저나 나도 이제 서른인데 받아줄 데나 있을까? 결국 답은 공무원 시험밖에 없겠지? "언니, 언니도 힘들다며~ 나랑 같이 공무원 시험이나 보자~"

#5. "야!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애도 없으니 회사 좀 힘들면 당장 그만둘 수도 있겠지. 난 올해부터 아들래미 유치원 간다고 돈이 몇 배로 나가게 생겼는데 좀 힘들다고 일을 어떻게 그만둬. 한 달 월급이 얼마나 아쉬운데. 아직 전세 대출금도 못 갚았는데 만기일은 다가오고, 더 올려달라고 하면 어쩌나 벌써부터 두려운데. 그나저나. 신랑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언제 철 드시나 몰라. "여보! 이번 주엔 로또라도 좀 사와!"

 

온 가족 첫 해외여행이라고 잔뜩 들떠서 출발했던 일본행.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 우리에게는 과분했던 것일까? 여행 전 안고 있었던 근심과 걱정들을 기어이 떨쳐버리지 못하고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가 힘겨워 보였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 한 보따리 만들어서 그런지 곤히 잠든 가족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다. 비행기 창을 통해 들어온 한 줄기 빛이 우리를 비춘다. 저 아래 대한민국이 보인다. 그 애환이 서린 현실 속으로 이제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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