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누리당, 공천이 밥그릇 싸움인가

공천을 앞둔 새누리당의 집안싸움이 갈수록 도를 넘어선다. 지난 16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우선 추천제'를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상향식 공천을 고집했던 김무성 당 대표는 "선거를 하지 않거나 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이 위원장은 "공천과 관련해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다"며 "과거 당 대표에게도 공천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고 맞받았다. 2라운드는 18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 자리였다. 김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가 당헌'당규에 벗어나는 행위를 하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 대표 개인 생각이 공관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고, 앞으로 그런 언행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고, 마치 다시는 안 볼 원수처럼 막말을 내뱉는지 국민은 다 안다. 선거도 치르기 전에 당내 패권 싸움을 하는 것이다. 말은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자기 계파 쪽 인사를 공천해 선거가 끝난 뒤, 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짓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내심 과반수인 150석을 넘어 180석까지도 노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텃밭 지역이 확고한데다, 야당의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까지 얻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선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대비는커녕 공천 규칙을 두고 지도부가 제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하는 것도 이런 낙관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자세라면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해도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당내 패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져 국정은 제 멋대로일 것이고, 국민의 정치 혐오증 또한 극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그토록 띄우고 싶어하는 이른바 '진박'(眞朴) 후보들이 대구에서 왜 고전하는지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일방적으로 대통령에 기대는 홍보 전략 탓도 있지만 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공천 다툼을 하는 이유를 대구 유권자가 다 아는 까닭이다. 물론,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가 나서는 선거구의 격돌을 제외하면, 어차피 대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당내 패권주의에 매몰한 새누리당의 행태는 저조한 투표율과 낮은 득표율과 같은 역풍 형태로 반드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새누리당 후보가 되더라도 진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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