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연·방송 전국 순회, 아플 틈도 없는 77세…대구 찾은 도보여행가 황안나 씨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건강검진 근육 나이 50대 수준, 남들은 포기했을 시간 잘 활용

77세의 도보여행가 황안나 씨가 지난 25일 범어도서관을 찾았다. 140여 명이 들어가는 강연장 좌석은 물론 통로와 벽면 등 앉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공간 모두 빈자리가 없었다. 팬들이 많았다. 황 씨를 롤모델 삼아 도보여행을 다닌다는 대구의 한 노부부는 맨 앞에 앉았다. 첫 마디부터 "일흔일곱 살 먹은 할머니도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고 나도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겸손해했지만, 황 씨가 들려준 지난 도보여행기는 그의 상당한 내공을 엿보게 하였다.

"'얼마 안 있으면 60세가 되겠구나. 교사로 또 맏딸로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살며 날 위해 한 게 없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황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40년 가까이 일하고 있던 57세 때 정년 8년을 남겨두고 돌연 명예퇴직을 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고 당장 할 걸 생각해놓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의사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집 근처 230m 높이의 산을 꾸준히 올랐다. 몇 년 뒤 받은 건강검진에서 의사가 깜짝 놀랐다. 30여 개 검사 항목 모두 정상으로 나온 것.

이후 황 씨는 전국의 산을 찾아다녔고 '고수'들만 나선다는 지리산 종주도 했다. 점점 자신감이 붙어 65세 때 국토종단에 나섰다. 통일전망대부터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800㎞를 23일 만에 주파했다. 국토종단을 마친 후에는 작가 지망생이었던 실력을 살려 책도 펴냈다. 2005년에 펴낸 '내 나이가 어때서'는 2012년에 나온 가수 오승근의 동명의 트로트 히트곡보다 앞선 책 제목이다. 이어 67세 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800㎞)를, 73세 때에는 국내 해안일주(8천300㎞)를 마쳤다. 그 사이 틈틈이 국내는 물론 세계로 도보여행을 떠났다.

'길'이라는 공간은 황 씨에게 그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두루 안겨줬다. 길 떠나는 자신을 배웅 나온 아들과 며느리와 헤어지며 펑펑 울어도 봤다. 사람들과 같이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우연히 남편에게 홀로 걷는 모습을 들켰고, 이후 함께 도보여행에 나서기도 했다. 황 씨는 "교사를 그만두고 오히려 교사 시절보다 더 바빠졌다"고 했다. 요즘 황 씨는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고 강연을 다니는 일로 바쁘다. 흔히들 말하는 제2의 인생을 황 씨는 좋아하는 일이자 이제는 잘하는 일이 된 도보여행으로 열었다. 가장 중요한 건강도 덤 아닌 덤으로 얻었다. 최근 건강검진 결과 황 씨의 근육 나이는 50대 수준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보다 생각이 먼저 늙는다고 합니다. 뭔가 시작하는 걸 두려워합니다. 저는 남들은 늙었다고 포기했을 시간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해요. 늦은 시간이라는 건 없어요. 지금이 가장 빠를 때죠."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국을 향해 반박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경심 기소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
LG에너지솔루션의 포드와의 대형 전기차 배터리 계약 해지가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
방송인 유재석은 조세호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하차한 사실을 알리며 아쉬움을 표했으며, 조세호는 조직폭력배와의 친분 의혹으로 두 프로그램...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