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피 잠복된 포착불능의 氣 표현
대구 출신 원로작가 곽훈 초대전이 갤러리 신라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그 어떤 사물을 떠올릴만한 구체적 형상이 없다. 수없이 붓으로 칠한 갈색조의 선(線)과 나이프로 긁은 흔적들만 있다.
선들은 즉흥적, 그리고 힘차게 그어져 있다.
화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선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화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쏟아져 내리는 듯한 선으로 이뤄진 작품도 있다.
소용돌이 모양을 그린 선도 보인다. 다양한 모양의 소용돌이는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기호들이다.
소용돌이 모양은 작가가 특별히 부여한 의미도 있지만, 그 모양 자체가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시켜 일으키는 다양한 정서적 울림도 있다. 소용돌이 모양은 우주의 끊임없는 운행을 상징하기도 하고, 태양과 빛의 근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문명의 탐욕적 속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소용돌이 모양은 화면 가득 칠해진 힘찬 선의 움직임 속에서 우연히 그어진 것처럼 빛나고 있다.
황인 미술평론가는 "작품 속의 선은 일반적인 드로잉의 선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며 "그의 선은 내피(內皮)에 잠복된 포착불능의 생명력, 즉 기(氣)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곽훈은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동양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작품으로 미국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다음 달 25일(금)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서 곽 작가는 '소리'라는 주제로 회화 10여 점과 흙을 굽고 채색한 도자설치작품 등을 선보인다. 053)422-1628.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