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잠자리로 알려져있던 한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람들의 요구와 취향을 알아챈 한옥은 이제 숙박업 시장도 뒤흔드는 중이다.
'한옥체험'이란 범주를 넘어서 이제 '편안하고 아늑한 잠자리'의 개념까지 다진 것이 한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천여 곳의 한옥에서 관광객이 잠을 잘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온천여관인 료칸(旅館)은 4만5천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아직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부터 한옥 숙박업소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며 그 잠재성을 눈여겨본 대기업까지 한옥사업에 뛰어들면서 현재는 예약'회원제 이용까지 가능한 한옥 숙박업소가 생겨났다. 특히 '한옥촌의 메카'로 불리는 경상북도가 한옥 숙박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전통 리조트, 안동 '구름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리조트 방식으로 한옥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 리조트 '구름에'다.
안동 성곡동 안동민속촌 인근에 옹기종기 모인 한옥 7채가 '구름에'다. '구름에'는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지 안에 있던 계남고택(1800년대 건축 추정)과 칠곡고택(1831년), 박산정(1600년대 초), 서운정(1800년대)과 문화재 수준의 가치가 있는데도 관리가 어려워 소유자가 안동시로 관리를 위탁한 팔회당재사(1740년)와 감동재사(1800년), 청옹정(1700년대 건축 추정) 등을 한옥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구름에'를 운영하는 SK 행복나눔재단은 2014년 이곳 7채의 고택을 12개의 객실로 재정비해 현대식 편리함을 더했다. 객실에는 현대적 디자인과 편리한 기능의 욕실'화장실과 보안'프라이버시를 위한 스마트키, 현대식 냉난방 시설, 실내'외 간접 조명까지 갖추며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 편리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일반 호텔처럼 도어맨 서비스와 당직 지배인 시스템을 운영하며 부대시설로 휴게시설과 레스토랑, 체력단련실 등이 마련돼 있고 조식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구름에'는 지난해 숙박객이 9천400명을 넘어섰고 연간 입실률이 61.2%에 달하는 성황을 이뤘다.
◆지자체가 앞장서서 만든 한옥펜션, 청송 '민예촌'
최근 한옥 숙박업소를 선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청송군이다.
청송은 지난 2014년 5월 주왕산 입구에 한옥펜션인 '민예촌'의 문을 열었다. 민예촌은 청송에 있는 실제 고택을 모델로 복원한 것이다. 실제 고택에서 잠을 잘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그 점을 역발상 한 것. 이 때문에 한옥 한 채 한 채가 모두 다른 구조로 되어 있으며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민예촌은 대감댁과 영감댁'훈장댁'정승댁'참봉댁'교수댁'생원댁'주막 등 모두 8동에 26개의 방이 있다. 대감댁은 파천면 덕천마을의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조선시대 상류층 양반집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ㅁ'형 마당이 특징이다. 영감댁은 'ㄱ'자형 건물로 대문채와 창고로 쓰이는 광이 붙어 있고 디딜방아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청송군이 출연한 청송문화관광재단에서 민예촌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방문객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민예촌은 지난해 1~10월까지 모두 2천900여 명의 관광객이 숙박했으며 1만6천414명이 다녀갔다.
◆개인이 운영하는 한옥펜션도 늘어나
한옥이 숙박업소로 인기를 얻어가면서 한옥을 개축해 숙박업소를 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안동 동부동 구 도심지를 중심으로 50, 60년 된 한옥이 숙박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정집과 식당, 폐가 등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한옥 숙박업소로 하나'둘씩 새 단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옥펜션 '연'이다.
한옥팬션 '연'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원래 '연'이 있던 자리는 안동에서 소문난 '막회' 식당이었다. 주인 부부의 사정으로 식당을 내놓자 개인사업을 하고 있던 지금의 '연' 주인 박경흠(37) 대표가 이곳을 인수해 한옥펜션으로 꾸몄다. 식당 매입과 개축을 하는데 3억원을 투자했다. 운영을 시작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웠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한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지 몰랐다"며 "20명 정도 숙박할 수 있는데 숙박객을 배려해 10명 정도만 되면 그 이상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끌었다"고 말했다.
소문을 탄 한옥펜션 '연'은 급기야 방송프로그램 촬영지로 섭외됐다. SBS 예능프로그램인 '아빠를 부탁해' 제작팀에서 섭외가 들어온 것. 문을 연 지 두 달쯤 지나서 방송인 이경규'이예림 씨 부녀가 이곳에서 촬영하고 간 뒤 현재까지 숙박객 1천60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았다.
박 대표는 "한옥펜션이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 몰랐다"며 "현재 인근 한옥을 수소문하며 또 다른 '연'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