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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신증후군 앓는 성명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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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혈액 투석…"엄마이기에 꼭 버텨내야죠"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6년째 기증자를 기다리는 성명희(가명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6년째 기증자를 기다리는 성명희(가명'39) 씨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매일 한 움큼의 약을 먹고 힘든 혈액 투석도 자주 해야 하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성 씨는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성명희(가명'39) 씨 집에는 가족앨범이 없다. 앨범에 담을 사진이 많지 않아서다. 17년 전 성 씨가 신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성 씨와 아들 윤후(가명'18)의 기억은 병원에만 머물러 있다. 어린이날도, 생일도 윤후는 늘 병원에서 보냈다. 성 씨는 그런 아들에게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다. "둘이서 여행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휴대전화 속 사진 말곤 번듯한 사진도 한 장 없고요. 윤후에게 해주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아요. 저 참 나쁜 엄마죠?"

◆고된 병원살이의 시작

윤후는 IMF가 터진 직후인 1998년에 태어났다. 그해 남편은 빚보증 문제로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앉으면서 도망자 신세가 됐다. 성 씨가 갓 태어난 윤후를 안고 병원에서 집으로 들어온 날, 집에는 압류딱지가 붙어 있었다. 결국 성 씨는 결혼 2년이 채 안 돼 남편과 이혼했다. 당시 성 씨의 나이는 21살. 품에는 6개월 된 윤후가 안겨 있었다. "엄마와 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어린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어요. 안 좋은 생각도 했지만, 우는 아이가 맘에 걸려 다시 일터로 나갔습니다."

아들을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맡긴 채 성 씨는 새벽녘까지 식당일을 했다. 그런데 2년쯤 지나 몸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보니 의사는 신장이 고장 나 다량의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신증후군이라고 말했다. 개의치 않았다.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다. 그렇게 약만 먹고 버티길 3년. "더 이상 약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모든 걸 내려놓고 무작정 병원에 입원했어요."

병원살이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성 씨는 입'퇴원을 반복하는 삶을 보냈다. 한 번 입원하면 7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불어나는 병원비를 카드 돌려막기로 해결하다 사채까지 손을 댔다. 틈틈이 일은 했지만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병원도 가지 않고 약도 먹지 않은 채 집과 교회만 오갔다. "그때 몸이 부어 몸무게가 30㎏ 정도 늘었어요. 밥도 교회에서 겨우 한 끼만 얻어먹었어요. 지옥이 따로 없었죠."

만신창이가 된 몸은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신부전증으로 악화되면서 시작한 복막 투석이 복막염으로 번져 수술대에 올랐다. 보호자는 7살 윤후였다. "윤후가 휠체어도 끌어주고 밥도 먹여줬어요. 윤후를 위해서라도 전 꼭 건강해져야 해요."

◆되찾고 싶은 행복

혈액 투석으로 점차 몸이 회복되자 지인과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반찬, 과일 등을 길거리에서 팔았다. 많진 않았지만 조금씩 돈이 모였고, 윤후 학원비도 낼 수 있었다. '엄마가 됐다'는 뿌듯함에 힘든 줄도 몰랐다. 다행히 언니와 조직이 일치해 신장이식 수술도 받기로 했다. 한 복지재단의 도움으로 수술비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수술 1년 만에 거부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어떻게 받은 수술인데요. 어렵게 찾은 희망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다시 모든 게 시작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이뤄지는 혈액 투석과 일 년에 1, 2차례 해야 하는 혈관 확장술, 기증자를 찾기 위한 기나긴 기다림까지.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행복이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성 씨는 참아내려 한다. "엄마잖아요. 윤후에게 항상 아픈 모습만 보여줬어요. 누군가는 수급자니까 공짜 돈 받아서 좋겠다고 말하는데, 제 손으로 돈 벌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윤후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신장이식 평균 대기기간은 5년. 올해로 성 씨는 대기 6년 차에 접어든다. 기증자를 찾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지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크다. 기증자의 장례비와 수술비, 치료비 등 1천만원이 훌쩍 넘는 병원비 때문이다. 하지만 성 씨 집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 70만원이 전부다. "윤후가 간간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저한테 용돈을 줘요. 지난달엔 혈관 확장술에 쓰라며 50만원을 주더군요. 저에게 남은 힘이 있다면, 윤후에게 쓰고 싶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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