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바웃타임'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친구의 곤경을 잠시 과거로 되돌아가 구해주기도 하고 천생연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인연이 어긋나자 시간여행을 통해 바로잡으며 결혼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엔 주인공이 더 이상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사건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을 포기한다. 왜 그랬을까?

시간의 마디가 다가오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다 '만약 그때 이랬더라면…' 하며 안타깝고 바로잡고 싶은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하는 어르신들이 있는가 하면, '그 문제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또는 '저학년 때 좀 더 공부할걸…' 하는 수능성적표를 받고 고민하는 젊은 청춘도 있을 것이고, '그 계약만 따냈더라면…' 혹은 '그곳에 투자했었으면…' 하는 개인도 있을 것이다.

포스코에 목을 매고 사는 포항은 어떨까. '잘나갈 때 불황을 염두에 둔 전략을 제대로 세웠더라면…' '경영진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은 포스코 관계자나 지역 상공계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원전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영덕도 돌아보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지금도 지난 2010년 원전 유치 신청 과정에서 영덕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성의 있는 절차도 없었고 지도층의 역할도 미흡했다는 점을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모임 술안줏거리로 삼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쉬움이 진하면 진할수록 학생은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계획을 세우고, 기업은 내실을 다지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또한 시민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후회 없는 투표를 하는 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영화로 돌아가 보자. 주인공은 시간여행으로 결국 과거의 사건을 바꾼다 해도 그 변수로 바뀌어 버린 예상치 못한 다른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대신 잠들기 전 하루에 한 번 아침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는 소박한 시간여행을 선택한다.

문제는 사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과정과 배경에 있다. 다음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바둑에서 복기를 통해 패착과 수순을 재확인하듯 스스로의 시간 궤적을 더듬어야 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나만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스스로가 새로워지는 것이 새 출발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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