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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생각] 기레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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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마주하는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1630년 영국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이주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미국 독립전쟁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1773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교육 도시'로도 유명하다. 하버드대학,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버클리음대 등 '지성의 요람'이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최초의 공립학교와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의 이런 자부심을 뒷받침한다.

야구팬이라면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다. 1912년 개장한 펜웨이 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서 깊은 야구장이다. 김병현'조진호'이상훈'김선우'최희섭이 활약한 곳이어서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물론 야구 열기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보스턴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소재로 '밤비노의 저주'란 책이 등장한다. 레드삭스는 1919년 '밤비노'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고 난 이후 2003년까지 월드시리즈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사실 이 영화는 야구 영화가 아니다. 갓 부임한 지역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의 새 편집국장은 '밤비노의 저주'를 읽으면서 정작 야구에는 관심이 없다고 고백한다. 외부인의 시각으로 토착 비리를 들춰내는 데에만 열중한다. 토박이인 부하 직원들 역시 야구장에 가서도 업무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인들의 영웅담이다.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이 지역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고발하는 과정을 다뤘다. 1년 동안 600건에 이르는 관련 보도를 쏟아낸 이들은 200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기도 했지만 기자들의 일상이 꽤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다. 식사는 거르기 일쑤고, 경쟁지 취재진의 깜짝 등장에 스트레스지수가 한없이 치솟아도 특종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는 기자의 일상은 어디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 '예상대로' 포털사이트의 영화평 중에 우리 사회의 '기레기'를 비판하는 글이 적지 않아서다. 케케묵은 '무관의 제왕' '사회의 목탁'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기레기'가 된 건 아무리 자업자득이라 해도 씁쓸하다.

퓰리처상을 20여 차례나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의 쇠락도 슬프게 다가왔다. 1993년, 신문사로서는 역대 최고가인 11억달러에 '뉴욕타임스'에 인수됐던 이 신문은 경영난 탓에 2013년 7천만달러라는 헐값에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에게 매각됐다.

종이신문으로 졸문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퓰리처상은 근처에도 못 가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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