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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잃어버린 밥심, 더 늦기 전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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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자료를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는 쌀밥'잡곡밥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공개한 '201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당 커피 섭취 빈도는 11.9회로, 하루에 1.7잔씩 마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쌀밥(주당 6.5회), 잡곡밥(주당 8.9회)보다 더 자주 먹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커피 가게를 보면서 우려는 했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무색해져 버린 것이다.

최근 한 도자기 업체가 공개한 밥공기 크기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1940년대 680㎖에서 1960, 70년대 560㎖로 조금씩 줄어들었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390㎖로 급격하게 작아졌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290㎖로 더 작아졌다고 한다. 현재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밥공기의 크기는 1940년대와 비교하면 4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밥 먹는 횟수가 줄어들고, 밥 먹는 양도 줄어들다 보니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2.9㎏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올해는 6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서 걱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가구 부문)은 62.9㎏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의 65.1㎏에 견줘 2.2㎏(3.4%) 감소한 것이다. 30년 전인 1985년의 128.1㎏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구적 식생활과 간편식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1인·맞벌이가구 증가 등의 요인으로 우리쌀 소비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매년 쌀 소비가 감소하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재고 부담은 물론 쌀값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와 국민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추세로 전체 농업소득의 40%에 달하는 쌀 소득이 감소한다면 농업과 농촌의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개인의 건강은 물론 국가의 안위가 달린 문제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잃어버린 밥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먼저, 정부는 우리쌀 소비촉진 대책을 재점검해 실효성을 높인 차원이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쌀 소비촉진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점에서 대중국 쌀 수출길이 열린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이에 덧붙여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새로운 가공식품의 개발도 중요하다. 쌀국수, 쌀파스타, 쌀전병 등과 같은 쌀가공식품에 조금만 투자한다면 웰빙시대에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과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입맛이 밥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침밥 대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이 식탁을 차지해서는 안 될 것이며, 학교에서는 쌀 중심 식습관을 홍보하고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

쌀은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 조상 대대로 먹어 온 주식이며, 우리 전통문화의 근간이며, 우리가 젖을 뗀 후부터 지금까지 매일 먹어 온 음식이다.

밥심으로 그동안 우리가 이뤄낸 성과들을 한 번 생각해보자. 밥을 먹고 나서 생기는 힘. 이 밥심이 다시 살아나야 나 자신과 가족이 건강해지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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