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 대통령 '누나'라 부를 수 있다더니…터질 게 터졌다"

안하무인 윤상현 지적 잇따라…대통령 친분 앞세운 후보 많아 "옥석 가려내야"

"각하 잘 모셔!"

야당이 '제왕적 대통령제'로 평가하는 우리 통치구조에서는 특히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대통령의 국정 성공 여부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은 예외 없이 이 달갑지만은 않은 말을 공'사석에서 들었다. 때로는 훈수의 의미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질책이 담긴 메시지였다.

차지철'장세동 전 경호실장, 박철언 전 장관, 김현철 씨, 박지원'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오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이 말을 바로 이해하고 실천했다면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후는 보다 아름다웠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를 수 있다고 자신의 권세를 자랑해온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시정잡배들이나 할 법한 천박한 언행으로 입길에 올랐다. 각하를 잘 모시기는커녕 본인조차 잡도리가 되지 않는 사람이 최고 권력자 곁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만 해오다 밑천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선 이번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을 두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윤 의원의 안하무인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대구경북민들과도 악연이다. 그는 지역민의 의중이 담겨야 할 4'13 총선 공천을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설레발을 치다 비판 여론에 꼬리를 내렸다. 특히 윤 의원은 선배 국회의원의 부친상 빈소에서 말을 가리지 못하는 인성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4'13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100여 명의 새누리당 대구경북 예비후보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는 약속을 제1공약으로 제시했다. 심지어 일부 예비후보들은 '진박이니까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지해 달라'라는 식의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윤 의원 파문으로 지역 정치권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지지할 예비후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탓이다. 계파를 막론하고 옥석을 가리자는 방향으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 4'13 총선은 의회 구성원을 뽑는 선거다. 국회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견제'감시하는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각하 잘 모시라'는 유권자의 당부를 헌법 정신에 맞게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통령의 뜻에 잘 따르기만 한다고 해서 대통령을 잘 모시는 것은 아니다. 여당 국회의원도 국회의원이다. 예스(Yes)맨은 지도자에게 달콤한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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