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와 두 번째 대결에 나선 이세돌 9단을 보며 유창혁 9단은 "이세돌이 오늘은 이창호처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이세돌답지 않게 안정적이고 신중함으로 무장한 모습에 깜짝 놀란 것이다. 그러나 이 9단의 회심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전날에 이은 2연패다.
이날도 알파고의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수 읽기가 이 9단을 당황케 했다. 이 9단은 알파고 공략법을 찾아야 했다. 저돌적인 이 9단과 상반된 기풍을 가진 '돌부처' 이창호 9단의 모습이 떠오를 만큼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인 유 9단은 이날 대국 현장에서 한국어로 공개 해설을 하며 "이세돌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보통 때보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날 알파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변칙적인 수를 놓고, 싸움을 먼저 거는 등 도발적인 바둑을 뒀다. 그러나 이 9단은 응징하지 않고 안정을 추구하는 듯 두터운 바둑으로 일관했다. 유 9단은 "이창호는 전성기 때 '너무 참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세돌은 이창호와 정반대인데 오늘은 이창호처럼 두고 있다. 돌들이 빈틈이 없다"고 해설했다.
이 9단과 절친한 관계인 박정상 9단도 "그 말이 딱 맞다"며 "원래는 기세를 중시하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게 이세돌이지만, 오늘은 평소 이세돌답지 않게 신중하다"고 관전평을 남겼다.
하지만, 이 작전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너무 신중했던 이 9단은 제한시간 2시간을 모두 쓰고 초읽기에 몰렸다. 초조하게 끝내기를 이어가던 이 9단은 형세를 뒤집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또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하느라 주도권을 가져올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이 9단은 초반 알파고가 약해진 틈을 재빨리 찌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두터움을 유지했다.
프로기사들은 이 9단이 좀 더 빨리 공격했어도 좋았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 9단은 "상대 빈틈이 있으면 과감하게 공격하고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안전하게 간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 9단은 이틀 연속 '무형의 기계' 알파고의 존재를 너무 의식해 심리전에서 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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