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에 이어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은 공천심사 발표를 앞두고 생애에서 긴 이틀을 보내냈다. 유 의원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대구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심사 발표가 예정된 14일 오전 유 의원은 서울을 찾았다가 대구 의원들의 컷오프(공천 배제)가 발표된 뒤인 오후 11시 50분쯤 KTX로 대구에 도착했다.
이날 유 의원은 역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의미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대구 현역의원 4명(서상기,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데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그는 서울에 다녀온 이유에 대해 "그냥 갑시다"라고만 대답했다.
유 의원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이 자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어 '만일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공천 발표가 예정된 15일 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입을 다문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웃는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유 의원은 역사 밖으로 나오자 취재진에게 "고생들 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KTX 하차 후 6분여 만에 주차장에 대기하던 승합차를 타고 떠났다. 이어 유 의원은 대구 용계동 자택에서 머물렀다.
다음 날인 15일 유 의원은 선거운동 등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어머니와 누나 등 가족의 집을 찾은 뒤 자택으로 갔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유 의원은 자택에서 나와 남구 대명동 어머니 집을 찾았다. 어머니 집에서 나온 시각은 오전 11시 20분쯤이었다. 유 의원은 집을 나서면서 오른쪽 겨드랑이에 신문을 잔뜩 끼운 채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왼손에는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있었다. 휴대폰을 유심히 살펴보던 유 의원은 담뱃불을 붙이지 않은 채 승합차에 올라탔다. 유 의원은 매일신문 등 지방지를 비롯해 조간신문을 유심히 살펴보며 여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듯했다.
유 의원은 이어 대구 수성구 누나 집을 찾았다. 누나 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듯한 유 의원은 오후 1시쯤 집을 나섰다. 유 의원은 전날에 이어 기자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난해 10월 공천 학살이 이뤄지면 저항해야 한다는 발언이 아직도 유효하냐'라는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승합차에 올라탔다.
유 의원을 태운 승합차는 오후 1시 30분쯤 대구 동구 용계동 자택에 도착했다. 유 의원은 취재진을 지나쳐 승강기를 탔고, 아파트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이날은 불로전통시장에 5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유 의원은 평소 장날에는 불로시장을 찾아 선거운동을 했다. 유 의원은 측근들에게 이날 일정을 잡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경선 명단에 포함될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긴장감 속에 아파트에 칩거하면서 공관위의 공천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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