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 두 개 입양 여학생의 '기막힌 사연'

미취학 아동 조사 중 드러나…호적 있는 채 '또 다른 호적'

미취학 아동에 대한 경찰의 전수 조사 과정에서 한 여학생이 두 개의 호적으로 살아온 것이 드러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지원청으로부터 A 양이 학교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전달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A양은 B씨의 호적에 올라가 있었기에 경찰은 그를 찾았지만 A양은 B씨의 집에 살고 있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A양의 행방에 대해 계속 입을 다물었고 경찰은 B씨가 A양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숨겼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던 중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A양은 B씨의 부인 C씨와 불륜을 저지른 D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15년 전 타지에서 일하며 출퇴근을 같이하던 C씨와 D씨가 불륜관계로 발전해 아이까지 갖게 된 것. 이 사실은 태어난 아이가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것을 의심한 B씨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면서 들통났다. C씨는 자신의 불륜을 시인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B씨는 A양을 호적에 미리 올렸던 터라 이대로 상황이 진행된다면 아이를 자신이 떠안게 될 것이 뻔했다.

이에 B씨는 A양을 D씨 부인에게 보냈고 이후 친부 D씨는 A양을 한 보육시설에 맡겼다.

황당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양이 보육시설에 있는 동안 원래 자신의 호적이 남아 있는 채 또 다른 호적이 만들어지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의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지만 보육시설이 A양을 맡긴 친부와 연락이 닿지 않아 새로운 호적을 만든 것 같다"고 추정했다.

B씨는 A양을 호적에서 지우려 했지만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데다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해 호적은 그대로 뒀다. A양은 현재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A양은 힘든 과거를 겪었지만 무척 밝은 모습이었다"며 "다행히 A양이 무사한 데다 좋은 집에서 잘 자라고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