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의 여왕' 없는 대구, 왕 노릇 못한 與

박근혜 구심점 사라진 새누리

새누리당이 대구에서 무소속과 야당 후보들이 선전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선거전략 마련에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20여 년간 대구 선거를 책임진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 '박근혜'를 앞세워 대구경북에서 손쉬운 선거를 펼쳐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답게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를 몰고 다녔고, 움직이는 만큼 지지율도 올랐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면서 구심점이 없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에 의지해 손쉽게 치르는 선거에 익숙한 새누리당이 무소속과 야당 후보들이 선전을 이어가자 맞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최경환 새누리당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 주도로 치르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을 모두 아우르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더욱이 최 위원장의 지역구가 경북 경산인 탓에 대구시민들과의 거리감도 없지 않다. 김문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격전을 치르는 탓에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3선을 노리는 조원진 대구 공동선대위원장은 대구 선거를 총괄하기에는 아직은 선수(選手)와 중량감에서 한계가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선거 때마다 의존해왔던 박근혜라는 거물이 사라지면서 새누리당이 선거전략에 혼선을 빚고 있는 데다 무소속과 야당 후보들이 선전하면서 맞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새누리당 후보들이 무소속 유승민(동을) 후보를 너무 의식하면서 선거 초반 전략 실수도 있었다. 대통령 사진 반납 요구와 유 후보 비판 공동 기자회견 등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면서 선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사진 반납 요구는 수도권에까지 악영향을 미쳤고, 유 후보 공격 기자회견은 참석 후보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또 무공천 지역이 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유 후보를 또다시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선거전략이 혼선을 빚으면서 급기야 새누리당 후보 11명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게 된 셈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무소속과 야당 후보들의 선전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게 할 수 있었는데 자극하면서 오히려 선거가 더 어려워졌다. 또 유 후보의 복당 불허에 너무 에너지를 소비했다"며 전략 부재를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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