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웅도 경북, 천년을 비상하다] ⑥"직원이 행복해야" 다양한 후생복지 지원 팍팍

'한숨' 기러기 공무원, 취미활동으로 '웃음'

경북도청이 신청사로 이사해 온 지 50일이 지났다. 도청 직원 1천100여 명이 신도청을 따라 신도시를 비롯해 안동과 예천으로 이사해 왔다. 이들 대부분은 '기러기 공무원'들이다. 또 출퇴근족 공무원들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2시간 가까운 출퇴근 거리에 내몰리면서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는 문제'와 '먹는 문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신도시 생활을 감내하면서도 신도청시대 경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늘어난 업무에 시달리는 등 공무원들의 사기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북도는 기러기 공무원들의 '한숨'을 '웃음'으로 바꿔주고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후생복지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어느 공무원은 "공무원 배고픔도 해결 못 하는데 어떻게 도민들의 행복을 챙기겠다는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 직원이 행복한 경북도를 만드는 것이 살맛 나는 경북도의 시작이다"고 했다.

◆신도청시대, 기러기 공무원들의 한숨

'원룸 월 임차료 40만원, 관리비(겨울철 난방비 등) 12만5천원, 주말 교통비(톨게이트 비용 등)와 출퇴근 교통비 30만5천원, 총 합산한 금액은 83만원.' 경북도청이 안동'예천 신도시로 이전해오면서 대구에서 안동 옥동으로 이사해 온 도청 직원 A씨의 지난 3월 한 달 지출내역이다.

A씨는 지난달 초, 잦은 야근과 출퇴근에 따른 과도한 피로감을 이길 수 없어 '신도청~대구 통근버스'를 포기하고 안동 옥동에서 원룸살이를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A씨는 한달 70만~80만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두 집 살림을 감당해오고 있다.

경북도 직원 1천431명 가운데 도청을 따라 이사해 온 공무원은 1천113명이다. 이 가운데 388명은 안동에 새 둥지를 틀었으며, 예천 82명'신도시 585명, 문경'영주 등 인근 지역에 58명이 이사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해 오지 못한 218명을 비롯해 매일 250여 명 정도의 공무원들이 통근 차량을 이용해 도청과 대구로 출퇴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원들은 대부분 오전 5시 전후에 일어나 20~30분 거리의 통근 버스 대기 장소로 이동해 다시 통근 차량을 1시간 30분가량 타고 신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하루 3, 4시간을 고스란히 버스에서 허비하고 있다.

이사해 온 공무원들의 신도시 생활은 더욱 팍팍하다. 신도시 내 편의시설이라고는 공무원임대아파트 상가에 들어선 편의점 1곳과 최근 들어선 치킨집 한 곳이 전부다. 부동산 중개업소만 문을 열었을 뿐 마트, 병원, 약국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없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앞에는 문구점이 없어 학용품을 사려면 안동시내로 가야 한다.

퇴근 이후에는 더욱 갑갑하다. 신도시에는 식당, 그 흔한 선술집이 한 곳도 없다. 또 각종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이 때문에 도청 청사는 밤이 늦도록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있다. 직원들이 나 홀로 있어야 하는 집으로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여가문화 만들기

경북도는 도청이 이전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공무원들의 후생'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어느 공무원의 말처럼 직원들이 살맛 나고,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들어야 살맛 나는 경북도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신도청시대, 도청 가족의 건전한 여가문화 활성화를 위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든다. 이를 통해 '도민행복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추진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충남도청 등 사례를 통해 이전지 야간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고 나 홀로 이전한 '기러기 공무원'들의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직원'가족'주민이 함께 행복한 일터'를 목표로 직원 능력배양을 위한 '1인 1취미 클럽 참가', 직원 건강을 위한 '힐링시설 확충', 직원들의 문화 마인드 향상을 위한 '문화'교양강좌 개설' 등을 추진한다.

취미클럽은 지금까지 모두 41개에 1천866명이 참여해오고 있다. 서예'당구'필라테스 등 5개를 신설했다. 1인 1취미 클럽 갖기를 통해 직원 능력 배양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안동'예천 도청이전지원단과 협조해 신도청 주변에 수영장'헬스장'요가'실내스크린골프장 등 민간체력단련시설 이용에 관한 협약으로 도청 직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힐링시설로 헬스장과 탁구장, 다목적 야구장 등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한다. 이들 시설에는 전문트레이너를 채용하고, 동호회 운영 위탁을 통해 활성화에 나선다. 특히 당구대와 테이블 게임기'다트 게임'실내 농구대 등이 들어선 스포츠 카페와 전신안마기 등 29대의 기기들이 들어선 힐링카페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직원들을 위해 문화'교양 강좌를 개설 운영한다. 매월 한 차례 이상의 '생생공감 강좌'를 개설해 영어'일어'중국어 어학강좌와 산약초'재테크'노후대책 등 테마 강좌를 개설한다.

문화예술의 날 운영으로 직원과 가족들의 문화 욕구 충족에도 나선다. 매주 목요일 신도청 공연장 등에서는 '무비데이'를 운영하고, 매월 한 차례 정도 연극과 작은 음악회 등 문화예술 공연을 마련한다.

김병곤 경북도 후생복지담당은 "신도청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도청 직원들의 사기 진작이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신명과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후생복지 프로그램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동호회 활동으로 기분 UP

지난 6일 도청 이전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취미클럽 & 건강증진의 날'에는 오후 5시부터 직원들이 취미클럽 활동과 간단한 음악회를 통해 힐링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직원들은 모처럼 업무를 일찍 마감하고 헬스와 당구, 탁구 등 취미 클럽을 위해 곳곳으로 흩어졌다. 어떤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청 인근 들판으로 나가 쑥이랑 냉이를 캐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도청 뒷산 검무산을 오르기도 했다.

주민복지관 2층에 마련된 건강증진센터. 탁구장에는 30여 명의 동호인들이 가벼운 게임으로 몸을 풀었다. 이날은 도청 탁구 동호회가 예천군청 탁구 동호회 23명을 초청해 친선게임을 한 날.

탁구장에는 6개의 탁구대가 설치돼 있다. 산격동 때보다 2대가 더 많지만 앞으로 2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날 동호회는 예천군팀과 친선게임을 즐기면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고 서로 단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탁구 동호회에서 만난 이성해 비상대비과장은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근무환경에서 지친 심신을 탁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도청이 이전해오면서 저녁 시간을 이용한 동호회원들의 참여율이 높다"고 했다.

같은 시간, 스포츠 카페 당구장에는 30여 명의 동호인들이 참여해 대구에서 초빙해 온 고창환 전 국가대표 감독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고 감독은 이날 당구에 대한 이해와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동호인들은 하나라도 빼먹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이날 당구 동호인 모임에는 김호진 경북도 정책기획관을 비롯해 경북도의회 홍진규 운영위원장 등 당구에 관심 있는 간부 공무원들이 참여해 고 감독의 강의를 들었다.

이날 저녁, 본청 뒤편에 마련된 야외 휴게공간에서는 공무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함께해요 소통 한마당! Healing Life! 기분 UP!'이라는 주제로 작은 음악회가 마련됐다. 이 음악회는 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마련했으며, 직원 동호인 모임인 색소폰 클럽 등이 나서 공연하는 사이, 참여자들은 맥주와 치킨을 먹으면서 소통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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