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툰 행정에 새는 세금, 책임 행정 강화로 기강 다잡아야

감사원은 업무 처리 잘못으로 시공사로부터 1억1천400여만원의 공사비를 돌려받지 못해 자치단체에 손해를 끼친 구미시 공무원 3명에게 1천만~1천200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도로 공사를 맡은 시공업체에 대한 채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일어난 허술한 행정이 빚은 사고였다. 그러나 회계관련 규정상 손실액의 70%는 개인 배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돼 있어 배상 요구액을 제외한 세금 8천만원은 고스란히 날렸다.

구미시는 지난 2012년 1월 국가4단지 연결 디지털산업지구 진입도로 개설공사를 한 시공사와 40억원에 계약을 맺고 선금 15억원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후 설계 변경을 통해 공 사기간을 5개월 연장하고 공사 금액은 7억4천만원을 늘렸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공사비가 증가한 탓에 그에 맞게 조정된 보험사 보험증권을 확보해야 했지만 구미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적정 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미 지급한 선금 가운데 일부를 되돌려받는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이도 소홀했다. 그러다 시공사는 공사 시작 2개월 만에 부도가 났고 구미시는 1억원 넘는 공사비를 눈 뜨고 그대로 떼였다.

허술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정해진 회계 처리 관련 기준에 따라 채권만 제대로 확보했으면 일어나지도, 일어날 수도 없는 사고였다. 계약에서 필요한 채권 확보는 기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혹 설계 변경을 통한 공사 연장과 공사비 부풀리기 같은 관행이 빚은 예고된 '짬짜미 사고'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설픈 행정 못잖게 구미시의 해명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공사계약 업무를 맡은 기간이 짧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미숙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구미시 행정의 수준 낮은 민낯을 보는 듯하다. 2, 3중 관리체계는 무용지물이라는 고백 같다.

행정의 실수로 나라 곳간을 축내는 사례는 숱하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성주에서 개발업자에게 지급한 보조금 관리를 잘못해 1억원을 날리는 사례도 있었다. 업무 미숙과 허술한 행정의 결과는 행정 불신을 부르고 주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뺏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다. 철저한 책임 행정과 함께 느슨한 기강을 다잡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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