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일은 일어난다. 그 일을 낯선 나라에서 겪는다면 어떨까. 플로브디프는 불가리아 제2의 수도라 불리는 도시다. 불가리아는 수도가 소피아인 동유럽 국가다. 지난해 대구시립국악단은 플로브디프에서 열린 '제20회 국제민속축제'에 참가했고, 우연한 기회로 필자도 통역 지원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그저 정해진 일정 속에서 의사소통만 원활히 만들어 주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불가리아로 떠났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인천에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거처 소피아에 도착하는 비행 일정에 맞춰 이동 중이었던 우리는, 빈에서 그만 뜻밖의 상황을 맞았다. 소피아행 비행기가 취소된 것이었다. 다음 날 바로 축제 개막식에 참석해야 했던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소피아에 도착해서도 1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해야 플로브디프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일 숙소 도착도 밤늦은 시간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항공사 측의 대응이 황당했다. 우리가 모두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좌석이 다음 비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세 그룹으로 나뉘어 다음 날 각기 다른 출발 시간에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심지어 한 그룹은 직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독일 뮌헨을 경유해 소피아로 가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빈에서 하루를 머물러야만 했다.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항에 머무른 시간만 해도 3시간이 넘었다.
문제는 소피아에 도착해서도 이어졌다. 축제 측에서는 우리를 데리러 버스를 딱 한 번만 보내준다고 했다. 그런데 세 그룹으로 나뉘어 오는 우리는 도착 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함께 이동할 수 없었다. 결국 악기와 함께 이동해야 하는 팀이 주최 측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고, 나머지는 각자 시외버스를 타고 소피아에서 플로브디프로 이동했다. 결국 우리는 대구-인천-빈-뮌헨-소피아-플로브디프 경로를 이동하는데 1박 2일을 소요해야만 했다.
이러한 돌발 상황에서는 순간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 기다림에 지친 단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일정에 착오가 있음을 침착하게 주최 측에 알리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것. 그 일련의 과정들은 의사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적절한 상황 대처 능력도 요구했다. 공연은 무사히 끝이 났고, 당시의 에피소드를 회상하며 추억해본다. "인간이 현명해지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경험에 대처하는 능력에 의한 것이다"라는 영국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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