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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님과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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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에 여야 합의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정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에서 거부한 지가 벌써 3년이 지났다. 이 곡이 원래 5'18이 일어나던 해 겨울 광주의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음악극에 사용된 이래로 1980, 90년대 민주화를 상징하는 곡이었다. 정부와 이념은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 중 다수가 불렀었고,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국민 통합의 차원으로 본다면 공식 기념곡이 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런 것을 따지지 않더라도 억울하고 한 맺힌 사람들의 소원은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희생자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그렇게까지 거부하면서 논쟁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문제는 이 칼럼에서 다룰 주제가 아니므로 다시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말로 돌아가 보자. 신문들을 보면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한 것과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한 것이 거의 반반이다. 국어 시간에도 수업을 하다 보면 '님의 침묵'이라고 한 자료와 '임의 침묵'이라고 한 자료가 섞여 있다. 1차적인 결론을 말하자면 백기완 선생이 작사할 때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하였고, 한용운 시인이 정한 시의 제목도 '님의 침묵'이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여 원래의 제목 그대로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문학 작품의 경우 어법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작가가 쓴 것을 존중해 준다. 이상 시인이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시를 쓰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어법에 맞지 않게 쓰는 데에도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법에 맞게 쓴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맞다. 현재 우리말에서 '님'은 '홍길동 님'과 같이 사람의 이름 뒤에 의존명사로 사용되거나(이때는 앞말과 띄어쓴다.) '부장님, 선생님, 부처님'처럼 접미사로 사용되어 대상에 대한 높임의 의미를 나타낸다. 현재 표준어에서 명사로 사용되어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말은 '임'이다. 그래서 '김철수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사장님을 위한 행진곡'은 어법에 맞지만, 다른 말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것은 원래 모두 '님'이었던 것이 두음법칙이 적용되면서 분화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두음법칙도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임파구'라고 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그냥 '림프구'라고 하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하는 노래 가사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이러한 언어 습관이 대세가 된다면 '아름다와'가 '아름다워'로 되면서 모음조화가 무의미해진 것에서 볼 수 있듯 두음법칙 규칙도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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