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가구주택 코앞 아파트 공사, 비산먼지 때문에 창문 못 열어

포항 북구 우현동 주민들 큰 불편…방진막 낮아 가정집에 먼지 날아와

포항 북구 우현동 우방아이유쉘 센트럴파크 신축공사 모습. 주민들은 공사장 먼지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부근에만 창문 못 여는 집이 1천 가구가 넘는다. 배형욱 기자
포항 북구 우현동 우방아이유쉘 센트럴파크 신축공사 모습. 주민들은 공사장 먼지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부근에만 창문 못 여는 집이 1천 가구가 넘는다. 배형욱 기자

지난 9일 오전 11시쯤 포항 북구 우현동. 다가구주택에 사는 최모(44'여) 씨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창문을 연신 닦아냈다.

"창문을 아무리 닦아도 흙먼지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게 집안으로 들어와 식구들 코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화를 참을 수 없다"며 "동네를 조금만 다녀도 얼굴을 만졌을 때 까끌까끌한 느낌을 받는데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00여 가구 규모의 우방아이유쉘 센트럴파크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우현동. 삼각산을 중심으로 최 씨처럼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한 채 봄을 나고 있는 가구는 1천여 가구가 넘는다.

공사는 기존 30여m 산을 깎으며 진행되고 있지만 방진막이 터무니없이 낮아 비산먼지가 그대로 가정집으로 날아들고 있다. 주민들은 "해가 지면 바람을 타고 흙먼지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 공사업체와 포항시는 이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시가 봄철 각종 건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비산먼지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대기질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달 초부터 연면적 2천㎡ 이상 건설공사장'토목공사장 등 비산먼지 발생사업장 275곳에 대해 비산먼지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남'북구청 역시 2천㎡ 미만 건설 현장과 공장 등 100여 곳을 돌아보며 비산먼지 단속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비산먼지와 관련된 적발건수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3건을 적발했지만, 이마저도 자체 적발이 아닌 민원에 의한 단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속으로 건설현장의 비산먼지 억제시설만 강화됐을 뿐, 야간 민둥산에서 불어오는 흙먼지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비산먼지 특별단속'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면서 주민들의 불편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시'구청의 비산먼지 단속은 인력의 한계가 있는 탓에 매일같이 밀려드는 민원을 해결하느라 그동안 단속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날씨가 건조해지는 날이 느는 만큼 공사장 비산먼지에 단속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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