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한 이래 인간과 삶, 기억과 상처에 관한 소설을 써온 소설가 한강(46)이 영국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16일(영국 현지시간)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며, 한강의 이번 수상은 아시아 작가 최초이자, 최연소 수상이기도 하다.
올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는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 중국의 옌렌커, 이탈리아의 엘레나 페란트, 오스트리아의 로베르트 제탈러 등이 올랐으며, 한강은 이들 세계적인 작가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한 여성의 결심과 그녀를 향해 쏟아지는 폭압을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그린 세 편의 연작소설이다. '채식주의자'는 '창작과비평' 2004년 여름호에, '몽고반점'은 '문학과사회' 2004년 가을호에, '나무 불꽃'은 '문학 판' 2005년 겨울호에 실렸고, 2007년 10월 '채식주의자'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한강의 대표작 '내 여자의 열매'와 '채식주의자'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결백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할까, 폭력이란 뭘까, 이해란, 소통이란, 견딘다는 것은 무엇이고 아름답고 선하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강의 소설 작품은 여름 볕처럼 강렬하지만 실제 그녀는 낮은 목소리, 고요한 낯빛을 하고 있다. 목소리가 워낙 작아 자신감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대화를 나눠보면 그녀가 얼마나 주관이 강하며 논리적인지 알 수 있다. 좀처럼 웃을 것 같지 않은 표정인데 잘 웃고, 한번 웃으면 오래 웃는다.
소설가 한강은 오랜 시간을 들여 치밀하게 소설을 쓰는 작가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작품을 들고 마구 흔들어대도 한 글자도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기자가 말했다.
"그 치밀함으로 완전범죄를 저질러 돈을 버는 편이 낫지 않을까?"
"범죄는 사후정리 시간이 짧아. 그러니 소설처럼 치밀할 수 없을 거야."
한강의 소설 '내 여자의 열매'나 '채식주의자'를 읽어본 독자들은 그 생생함에 '혹시 한강이 진짜 채식주의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한강은 "육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는 아니다"고 말한다. 작가의 독특한 이름, 한강(江)은 본명이다. 소녀 시절에는 평범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강은 작가 한승원 선생의 딸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어릴 때부터 무척 많은 책을 읽었다. 한강은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글자가 안 보였다. '왜 안 보이지?' 하고 얼굴을 들어보니까 해가 지고 어두워졌더라. 그래서 일어나서 불 켜고 또 책 읽고 그랬다. 그렇게 책 속에 파묻혀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소설가 한강은 광주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2005년 제29회 이상 문학상, 2010년 제13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품으로 '소년이 온다' '여수의 사랑' '희랍어 시간' '바람이 분다 가라' '채식주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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