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6개월째 병상에 누워있는 이익준(가명'58) 씨. 처음엔 뇌수막염으로 쓰러져 병원에 왔지만 입원 중 온몸에 당뇨 합병증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까지 생겼다. 현재 식사도 스스로 하지 못해 코 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익준 씨가 가장 이겨내기 어려운 것은 주위에 찾는 가족 하나 없는 것이다. 익준 씨는 젊은 시절 사업 실패 후 이혼하고 홀로 살아왔다. 성인이 된 아들과 딸 역시 각자 먹고살기가 바빠 아픈 아버지를 자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굴곡졌던 젊은 시절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익준 씨는 지난 세월을 떠올렸을 때 마음 편히 웃으며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란 익준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생업에 뛰어들었다. 익준 씨는 섬유공장, 자동차부품 공장 등을 전전하면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들어가 열심히 일했다.
익준 씨가 가진 무기는 성실함뿐이었다. 직장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싫은 내색 한 번 한 적 없이 받아들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익준 씨는 스스로 결혼 밑천을 마련했다. 얼마 안 가 아들과 딸을 둔 어엿한 가장으로 자리 잡았다. 또 소규모지만 그동안 공장을 다니며 익힌 기술과 경제적 기반으로 비닐 제조업체를 세우기도 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삶에 대한 보상이 행복한 가정과 경제적 여유로 돌아오는가 싶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의 삶이 힘든 일투성이일 줄 꿈에도 몰랐어요."
익준 씨 가정에 닥친 위기는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됐다. 납품하던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익준 씨의 공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거액의 빚을 떠안으며 공장 문을 닫았고 익준 씨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처자식이 있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예전처럼 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익준 씨는 그때부터 술을 가까이하는 날이 잦아졌다. 지인의 소개로 작은 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기도 했지만, 일정치 않은 수입은 가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부부간 불화가 잦아졌고, 결국 이혼으로까지 이어졌다. 익준 씨는 옛날을 떠올릴 때마다 아이들에게 못해준 것만 떠올라 눈물이 난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공부를 잘했던 작은아들은 다니던 대학교까지 그만둬야 했어요. 다른 집 아이들처럼 여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요."
◆빚이 된 치료비
아무리 일을 해도 익준 씨의 어려운 형편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혼과 어려운 형편으로 매일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자주 술에 손을 대면서 건강도 함께 나빠졌다. 10년 전에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데 이어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익준 씨는 몸이 심상치않음을 느꼈다. 허리가 뻐근한가 싶더니 어느 순간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선 항생제 효과가 듣지 않는다면 길어야 5일을 살 거라고 했어요. 평소 앓던 당뇨 합병증까지 와 오른쪽 발가락을 절단해야 할 상황까지 왔어요."
갈수록 망가지는 몸보다 익준 씨에게 더 큰 걱정은 무섭게 불어나는 병원비다. 중환자실 치료비, 각종 시술비 등으로 6개월 만에 2천5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나왔다. 여기에 합병증으로 온 급성 호흡부전 치료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발가락 절단 수술비, 간병비 등을 더하면 치료비가 불어나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휴대전화 판매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아들과 마트 직원으로 일하는 딸에게도 도움은 기대하기 어렵다.
"건강만 회복된다면 앞으로의 삶과 건강한 자녀가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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