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안동 동문동 시립도서관 인근 한 골목. 스마트폰에서 분리된 터치펜이 주인을 잃은 채 나뒹굴고 있었다.
터치펜 주인 A(22'여) 씨는 이날 새벽 하늘나라로 갔다. 늦은 밤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음주 뺑소니 차량에 치여 꽃다운 젊음을 마감한 것이다.
"부모에게 부담을 줄까 봐 휴대전화 요금 등 돈 들어가는 것이라면 모두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늦은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없이 착한 딸이었는데…." 터치 펜을 바라보던 A씨의 아버지(53)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스물두 살 여대생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전해진 18일. 정 많은 안동 사람들은 자신의 딸 이야기인 양 하루종일 마음 아파했다.
A씨는 17일 오후 10시 40분쯤 안동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쳤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려 했지만 후배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고 뿌리칠 수 없어 동문동에 있는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뻔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편의점 간이 탁자에서 1시간여 동안 후배를 다독인 A씨. 18일 0시 15분쯤 편의점을 나왔고 집으로 가던 골목길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해오던 B(50'여) 씨의 차에 치였다. B씨는 차를 몰고 그대로 달아났고 쓰러진 A씨는 목격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내 숨졌다.
A씨는 안동의 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던 3학년생. 곧 실습을 앞두고 있었다. 사고 이틀 전에는 이력서에 쓸 증명사진도 찍어뒀다. 유치원 선생님으로서의 첫발이 될 실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던 A씨. 오후 11시 무렵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도 그런 꿈이 있었기에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용돈은 스스로 벌어야 한다며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던 착한 아이예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평소에도 주변 후배'동생들 얘기 다 들어주고 이날도 다른 동료 대신 근무를 나갔어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A씨의 언니(25)는 가슴을 쳤다.
한편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을 수색, 18일 집에 있던 뺑소니 운전자 B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의 혈중 알콜농도는 0.155%로 측정돼 만취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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