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경상북도는 종가, 유림, 지역 여성단체와 함께 '경북 여성인물 선양사업 1호'로 '장계향 선생'을 선정했다. 2011년엔 장계향선양회를 설립하고, 장계향 선생이 시집 온 영양 두들마을에 추모관을 건립했다.
장계향 선생은 조선시대 신사임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현모양처로 꼽히는 여중군자다. 선조 31년(1598) 태어나 1680년 83세로 타계하기까지 시인, 서예가, 화가, 교육자로서 다양한 역량을 보였다. 199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사임당에 이어 여성으로는 두 번째 문화인물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2011년 KBS '한국의 유산' 프로그램은 '음식디미방'을 재조명했다. 음식디미방은 장계향 선생이 후손들을 위해 남긴 최초의 한글 조리서다. '좋은 음식 맛을 내는 방문'이란 뜻으로 '규곤시의방'이라고도 불린다. 1600년대 조선 중기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조리, 저장, 발효, 식품보관, 술 빚는 법 등 146가지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2014년부터 고등학교 기술'가정 통합교과서에 등재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조상의 삶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육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경북의 여중군자 장계향 선생과 음식디미방이 340여 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장계향 선생을 한국의 여성상으로 우뚝 세우고 그 옛날 삶의 발자취를 널리 알리는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디미방 대중화'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경북의 맛과 멋이 세계 속으로 뻗어가고 있다.
◆음식디미방 대중화
지난해 5월부터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음식디미방 푸드스쿨과 장계향 아카데미' 강좌를 개설했다. 경북도와 영양군의 협약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최초의 선례를 남겼다.
이로써 한국의 대표적 전통음식인 '음식디미방'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열렸다. 장계향 선생의 시대정신과 여성관, 세계관 등을 주제로 한 '장계향 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인문학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기도 마련했다.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전국 126개 지점 가운데 대구 성서점과 구미점 2개점에 첫 강좌를 선보였다. 음식디미방 푸드스쿨 조리실습과정과 장계향 아카데미 특별과정 등 2개 과정을 운영했다.
현재 경북도와 영양군이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음식디미방 푸드스쿨 과정은 전국 30곳까지 증가했다. 음식디미방의 조리법과 식재료, 식품보관법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장계향 선생의 삶과 사상에 대한 교육을 통해 '경북의 맛과 멋'을 홍보하고 있다.
음식디미방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종부들의 고집스러운 노력이 있었다. 경북 북부권 종가의 종부에서 종부로 대를 이어 내려온 종가 음식에는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고유의 맛과 나눔과 배려, 섬김에 대한 아름다운 정신이 담겨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음식에 담긴 지혜와 역사를 함께 먹는다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 흔들림 없이 지켜져 내려온 종가음식을 맛보면서, 그 안에 깃든 한 집안의 역사, 그리고 나아가 한국 고유의 맛과 멋을 느껴볼 수 있다. 또 음식은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관광객의 주요한 방문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문화 콘텐츠 역시 한식이다.
◆장계향 선생 재조명
앞서 경북도는 지난 2008년부터 음식디미방의 저자 장계향 선생의 삶을 재조명해 경북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한국여성의 새로운 상을 정립하고 있다. 2010년에는 소산 박대성 화백이 장계향 선생 영정 제작을 맡아 2년간의 고증과 수정 작업을 거쳤다. 이후 문화부 산하 국가 영정동상심의위원회는 2014년 장계향 선생 영정을 표준영정 제91호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장계향 선생의 나눔실천 책자 발간 등을 통해 장계향 선생의 삶과 사상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장흥효의 제자 석계 이시명과 혼인한 장계향 선생은 어른들의 허락하에 재령 이씨의 재물을 구휼에 사용했다.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겸손과 덕으로 노복들에게도 인격적 대우를 했다. 장계향 선생 부부는 정당하게 상속받은 재산이 있었지만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어 사는 가난한 삶을 택했다. 인류애적 나눔, 지식과 실천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물적 소유의 떳떳함을 선택한 장계향 선생의 삶은 이기심이 만연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이웃과의 소통과 공존에 대한 교훈을 준다.
장계향 선생 재조명과 함께 음식디미방 세계화 사업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는 서울 '한국의 집'에서 음식디미방에 대한 홍보와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식연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주한 미국대사, 주한 영국대사, 주한 프랑스대사, 주한 이탈리아대사 등 주요 외국공관장과 언론인, 여행사, 주한 외국인 파워블로거 등이 대거 참석했다. 석계 종가의 13대 종부가 직접 음식디미방에 수록된 대표 메뉴인 대구껍질누르미, 수증계, 가제육 등 주요 메뉴 9종을 선보였다. 340여 년을 이어온 한국종가음식, 음식디미방의 우수성을 국내외적으로 널리 홍보했고, 종가음식의 음식관광 콘텐츠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장계향 선생이 마지막까지 살다 간 영양 두들마을에 음식디미방체험지구를 조성했다. 전통음식체험관, 한옥체험관, 안동장씨예절관, 전시관, 추모관 등을 건립해 음식디미방 체험아카데미, 예절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와 영양군은 장계향 선생과 음식디미방을 연계한 관광상품화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며, 음식디미방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한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문화는 모든 국민이 정서적 풍요로움을 누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며, 국민의 행복과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무한한 성장 동력"이라며 "우리 지역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전통문화 자원의 관광산업화를 바탕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모두가 행복한 신도청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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