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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가축 섞은 '키메라 배아'로 인간용 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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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축의 유전형질이 한 개체 내에 공존하는 '키메라(chimera) 배아'를 가축 자궁에서 키워 인간 이식용 장기를 만들려는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데일리 미러 인터넷판 등 영미권 매체들은 미국의 공공 라디오방송 NPR의 단독보도를 인용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파블로 로스 교수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런 연구의 현황과 찬반 양론을 소개했다.

로스 교수가 속한 연구 그룹은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췌장을 만드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잡고 있다.

실험 첫 단계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돼지나 양의 배아에서 췌장을 형성하는 유전자 부위를 제거하는 일이다. 연구팀은 정밀한 현미경과 레이저 장치를 써서 배아의 세포 외벽에 구멍을 낸 후 실험실에서 합성한 분자를 배아에 집어넣어 편집 작업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가 편집된 가축 배아가 만들어지면 여기에 인간 환자의 피부 세포로부터 만들어진 유도 만능분화줄기세포(iPS)를 주입해 인간과 가축의 유전형질이 뒤섞인 배아를 만들고 이를 가축의 자궁에 넣어 키운다.

이 배아는 기본적으로 가축 배아지만 가축 췌장을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 배아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빈 자리를 인간 줄기세포가 차지해 인간 췌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희망이다.

올해 초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돼지-인간 혹은 양-인간 키메라 배아의 가축 자궁 착상은 미국의 3개 연구기관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약 20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과학논문이 출판된 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실치 않으며 윤리적 문제도 여럿 안고 있다.

만약 가축 배아에 주입된 인간 줄기세포가 췌장 등 원하는 장기가 아니라 두뇌로 발달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생명체가 동물 자궁에서 자라다가 강제로 목숨을 뺏기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또 키메라 생명체에서 인간의 정자나 난자 등 생식기관이 발달하고, 이런 키메라 생명체들끼리 교배하면 인간과 가축의 유전자가 마구 뒤섞인 잡종 생명체나 '가축으로부터 태어난 인간'을 낳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작년 9월 "인간의 만능분화세포(줄기세포)를 인간이 아닌 척추동물의 낭배형성(gastrulation·내배엽·중배엽·외배엽이 형성되는 단계) 전(前) 단계 배아에 주입하는 연구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도 이런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IH는 이 문제에 관한 정책 변경을 검토중이며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연구비 지급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UC 데이비스, 미네소타대, 소크 생물학연구소 등 이런 연구를 해 온 기관들은 NIH의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다른 경로로 연구비를 조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로스 교수는 "괴물과 같은 존재를 만들고 싶어서 키메라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생의학적 목적을 가진 연구"라고 NPR에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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