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없어져서 석기시대가 끝나고 청동기시대가 온 것이 아니듯, 석탄이나 석유가 고갈돼서 태양광시대로 넘어가는 게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당장 2020년부터 태양광이 기존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토니 세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세바 교수는 "태양광발전의 가격 효율성은 매년 10~11%씩 저렴해지고 있다. 당장 내년 말부터 전 세계 80% 지역에서 태양광 전기가 석탄'원자력 전기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5월 현재 지난해 설치량 746㎿를 넘어 804㎿가 새로 설치됐다. 지난 2006년 전남 무안에 동양 최초로 1㎿급 발전소를 완공시킨 대구 수성구 한라이앤씨 김범헌(56) 대표는 "고갈에 직면하고, 각종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화석연료를 태양광이 점점 대신하고 있다. 그간 문제가 됐던 경제성 문제도 기술 개발로 인해 해결되는 등 서서히 '돈 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태양광 왜 필요한가?
태양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로 김 대표는 "40~60년 뒤엔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점과 각종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문제 때문"이라고 꼽았다. "환경오염에 따른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이젠 전 세계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어요. 교토의정서에다 최근엔 파리기후협정에 그동안 미적거리던 미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지요. 앞으로 에너지를 잡는 국가가 패권을 장악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대체에너지 중 태양광이 유독 뜨는 이유가 뭘까. 일부에선 일조량이 안정적인 유럽에 비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조건이 태양광발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 잘못된 부분이라고 했다. "독일은 화창한 날이 별로 없어요. 수평면 일사량이 연평균 900~1천200㎾h/㎡로, 우리나라(1천400~1천600㎾h/㎡) 상황보다 더 불리합니다. 그렇지만 독일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5% 이상을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하고 있지요."
김 대표는 태양광과 함께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는 풍력은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거 울진에서 풍향'풍속 데이터 분석을 했는데, 육상 풍력은 경제성이 낮게 나왔다"면서 "풍력은 바람의 질과 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대관령, 경북 영양 등지 정도만 괜찮을 뿐 다른 곳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성 해결이 숙제
태양광발전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경제성이다. 지난 2002년부터 태양광발전은 우리 정부의 저탄소 정책과 맞물리면서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효율성과 설비 설치 등에 따른 경제성이 발목을 잡으면서 광풍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태양전지가 처음 개발된 1970년대에는 1W에 100달러가 넘는 가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0.6달러 수준으로 많이 향상됐어요.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단기간에 건설이 가능하며, 연료가 필요 없는 태양광발전은 환경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충분히 경제적입니다."
김 대표는 또 "2006년 우리 회사가 1㎿ 발전시설을 만드는 데 75억원가량의 공사비가 들었는데, 지금은 16억원 정도면 같은 생산량을 만들 수 있다. 효율성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로 스며드는 태양광
태양광발전 초창기 많은 환경론자들은 산을 깎아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는 태양광발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안 그래도 좁은 국토에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태양광발전소는 무리이며, 특히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인 것.
그래서 요즘은 태양광발전을 아파트 발코니나 옥상, 지붕, 저수지 등에 설치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대구시가 아파트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을 펼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시민이 직접 가정에서 청정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아파트 소형 태양광발전 설비를 올해부터 2020년까지 1만 가구(2.5㎿)에 보급하겠다는 것. 시는 작년에 중구 2개 아파트단지 등에 태양광발전 시설 시범 보급사업을 진행했으며, 올해 대구시 전역 600가구에 설치비의 50%(최대 40만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도 김 대표가 맡았다. 그는 "아파트에는 발코니에 소형인 30㎝가량의 태양광 판을 깔고, 태양광발전을 한다"면서 "시에서 반을 무상지원하고 있어, 가정에서는 40%가량인 4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한 달 8천원 정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어 4, 5년쯤이면 설치비를 회수할 정도로 경제적"이라고 했다.
아파트 소형 태양광발전 설비는 아파트 발코니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태양광발전 설비 플러그를 가정용 콘센트에 꽂아 놓기만 하면 생산된 전력을 자동으로 쓸 수 있다. 250W 용량의 소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각 가정에 있는 900ℓ짜리 양문형 냉장고 1대를 1년 내내 가동할 수 있는 만큼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태양발전 토털 전문기업으로 성장
한라이앤씨는 태양광발전 분야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전문 기업이다. 이 업체가 본격적으로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의 1㎿급 무안태양광발전소에 뛰어들면서다. 당시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업체가 몰려들었다. 김 대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기획한 덕에 사업을 따내 2006년 발전소를 준공했다.
한라이앤씨는 태양광 분야 중 시스템 분야에 주력했다. 시스템 분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효율을 높이는 것.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경제성을 높일 것인가 하는 물음에 집중 투자했다. 김 대표는 "초창기엔 한국 지형에 맞는 구조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면서 "결국 고정가변형 경사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태양광 집열판 각도를 움직이는 등 가장 효율적으로 빛을 받을 수 있는 각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우리 기술이 수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태양광발전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범헌 대표는?
1961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1980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계명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8년 동안 서울의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했으며, 2002년부터 대구에서 전기공사 및 태양광발전 시스템 사업을 하고 있다. 2006년 국내 최초로 1㎿급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대형 상업용 태양광발전시대를 여는 주역이 됐다. 2009년 국가전기안전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전기안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전기안전대상 산업포장과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신재생에너지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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