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면적인 압수수색으로 롯데그룹이 막대한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 기업공개(IPO)로 각광받던 호텔롯데 상장이 철회됐고,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Axiall) 인수 철회를 발표했으며, 국내외에서 추진해 온 다양한 유통'휴양시설 건립 사업도 힘겨워졌다.
호텔롯데 상장 철회로 사업 자금 마련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건립계획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호텔롯데는 희망공모가액 하한선인 9만7천원을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상장 시 조달 자금이 3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일부는 단기차입금을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쓸 예정이었지만, 상당액은 면세사업과 국내외 리조트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었다.
◆호텔롯데, 상장 철회신고서 제출
호텔롯데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음 달 21일로 예정돼 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13일 밝혔다. 호텔롯데는 철회신고서를 통해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므로, 향후 방안에 대해 주관회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초 호텔롯데는 상장으로 3조3천억~5조2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뒤 인수'합병(M&A) 등 공격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에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직후 "공모자금을 국내외 면세점 확장 등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글로벌 입지를 갖춘 아시아 3위 호텔, 글로벌 5위권 테마파크 등을 목표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으로 듀프리(스위스'48억5천만유로), DFS그룹(미국'37억5천만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천600만유로)이다. 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 2건만 성사시켜도 1, 2년 새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었다. 호텔롯데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 인수도 검토했다.
◆국내외 투자'건립 사업 추진 불투명
인도'파키스탄 등 범인도권에서 추진하는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 등 다양한 쇼핑몰'리조트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 말 과자 수출로 인도권에 진출한 뒤 2004년 현지 유명제과업체 패리스를, 2010년 현지 2위 제과업체 콜손을 인수했다. 2010년과 2015년에는 첸나이와 뉴델리에 초코파이 공장을 지었다.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범인도권은 인구가 16억 명에 달하는데다 14세 이하 어린이 비중이 높아 충성고객층을 선점하기 쉬운 시장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롯데는 먹거리로 시작한 범인도권 사업을 유통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3차례나 만났고, 뉴델리 복합역사 개발 계획 등을 직접 밝히면서 인도 시장 공략에 힘을 보태왔다.
한편 베트남 호찌민 투티엠 지구의 랜드마크로 키울 예정이었던 에코스마트시티, 중국 쓰촨성 청두에 건립할 복합상업단지인 '롯데월드 청두'도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국내에서도 리조트 사업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면도 개발사업은 태안군 안면읍 일원에 2020년까지 약 2천억원을 들여 호텔'콘도'골프장'워터파크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속초에서 진행 중인 '롯데리조트 속초' 건립 사업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케미칼,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
롯데케미칼은 10일 미국 액시올 인수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일 "연간 매출이 4조원에 이르는 액시올사 인수로 매출 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함께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지 불과 사흘 만의 일이다.
신 회장은 화학을 유통'서비스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그룹 운영 전략을 짰고, 첫 번째 대형 프로젝트의 하나가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 '빅딜'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예기치 않은 액시올 인수 실패로 큰 도약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추미애 "정부 때문에 국민 고통…미리 못 막아 송구"
[기고] 박정희대통령 동상건립 논란 유감…우상화냐 정상화냐
양수 터진 임신부, 병원 75곳서 거부…"의사가 없어요"
'핵볕'으로 돌아온 '햇볕정책'…與 '민주당 대북 굴종외교 산물' 논평
이재명, 진우스님에 "의료대란 중재 역할…종교계가 나서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