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도, 친구도, 부하도 믿지 않는다. 믿을 것은 사업뿐이다.'
영화 '대부2'(1974년)는 뉴욕 마피아 콜레오네 가문의 피비린내 나는 가족사를 장엄하게 그린 걸작이다. 2대 대부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 분)는 자신의 왕국을 유지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숱한 악행을 저지른다. 경쟁자를 처단하고 부하를 자살하도록 만들고, 아내마저 쫓아낸다.
마이클은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두라'는 아버지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무자비하게 조직을 운영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형 프레도를 죽이는 장면이다. 형을 살해하는 총소리 장면과 어릴 때 삼 형제가 허물없이 장난치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영화가 끝난다. 대부의 권위는 지켰지만, 가족은 무너지고 인간성마저 말살되는 비극적인 결말이다.
영화 중에 대부 마이클이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신문 받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한 상원의원이 그를 향해 '마피아 보스'라고 공격하자, 마이클의 변호사는 뻔뻔하게도 "건실한 사업가를 범죄자로 몰았으니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마피아 조직에서는 조직원을 사업가로, 범죄 행위를 사업(business)이라 지칭했다. 마피아는 살인과 폭력만으로 사업을 벌인 것이 아니다. 정치인, 판사, 경찰, 기자 등을 매수'협박해 세력을 넓히고 이권을 따는 수법을 썼다. 원작자 마리오 푸조(1920~ 1999)는 신문 기사와 친인척의 이야기 등을 참고해 소설 '대부'(1969년)를 구상했는데, 너무나 생생하고 사실적이어서 마피아의 협박을 숱하게 받았다.
흘러간 영화가 생각나는 이유는 요즘 신문을 도배하는 롯데그룹의 비리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재벌을 두고 '개인 왕국'이라고 비아냥대지만, 어찌 보면 '대부'에 등장한 마피아의 세계와도 닮았다. 롯데그룹의 혐의점을 보면 ▷오너 일가 비자금 및 배임 ▷일본으로 흘러간 자금 ▷롯데홈쇼핑 사업권 로비 ▷MB정권 정'관계 로비 ▷가습기 살균제 등이다. 여기에 제2롯데월드 로비, 형제의 난, 첩의 영화관 매점 사업권, 딸의 금품수수 의혹, 무자비한 M&A와 기업 내부 풍토까지 더해져 '부조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이 정도라면 살인과 폭력이 없을 뿐, 마피아의 사업 방식과 무엇이 다를까. 롯데그룹 전체를 범죄조직처럼 여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힘과 돈이 있다고 비리를 저지르고 타인의 이익을 강탈한다면 마피아 보스와 다를 바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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