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뇌병변 1급 진단 받은 정선민 양

뇌출혈로 엄마 잃고, 1년 후 뇌손상으로 입원

뇌병변을 앓는 정선민 양은 몇 년째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다. 허현정 기자
뇌병변을 앓는 정선민 양은 몇 년째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다. 허현정 기자

대구의 한 병원에서 의식 없이 눈만 깜빡이고 있는 정선민(가명'16) 양. 선민이는 어린 시절 물놀이 사고를 당하면서 뇌병변 1급 진단을 받았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사고였다. 지금 선민이의 곁은 늘 고모가 지키고 있다. 일용직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내는 아버지를 대신해 간병비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선민이는 손가락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하는 말조차 알아듣지 못한다.

◆연이어 일어난 불행

결혼 초 선민이의 아버지는 덤프트럭을 운전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큰돈을 손에 쥐어본 적은 없었지만 다섯 식구의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아내와 세 자녀 모두 건강했고 다섯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선민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무렵이었다. 평소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아이 엄마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3일간의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엄마는 남편과 어린 세 자녀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선민이의 고모가 이 집에서 엄마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일로 바쁜 아빠를 대신해 아이들에게 늘 따뜻한 밥을 해주었다. 입학식, 졸업식 등도 빠짐없이 챙겼다. 어린 시절 엄마의 빈자리에서 오는 허전함을 겪지 않게 하려고 고모 본인의 자녀보다 살뜰히 돌볼 정도였다.

그러다 1년이 지났을 무렵 선민이의 가족에게 또다시 불행이 들이닥쳤다. 엄마를 잃은 슬픔이 채 아물지도 않았을 때였다. 추석을 맞아 울진의 친척 집으로 간 선민이는 사촌들과 물놀이를 하러 인근 바닷가로 갔다. 어른들의 감시가 소홀한 사이 아이들은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이내 큰 파도에 휩쓸렸다. 함께 물놀이를 간 다른 아이들은 근처에 있던 어른들에게 금방 구조됐다. 그러나 먼 곳으로 휩쓸린 선민이는 출동한 구조대원들에 의해 한참 뒤에야 물에서 나올 수 있었다. 선민이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뇌 손상이 이미 심각하게 일어난 뒤였다.

"사고 직후 바로 병원으로 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어요. 밝고 똑똑하고 착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돼 앞으로 살길이 더욱 막막했어요."

◆막막한 병원비

밝았던 둘째가 더는 의식을 차리지 못하자 가족들은 한동안 망연자실한 채 살아갔다. 특히 선민이 아버지는 아내를 잃고 나서 일 년 만에 둘째 딸마저 병상에 누워있게 된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몇 개월을 술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쇠약해졌다. 그러나 아픈 선민이를 돌볼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병원비를 감당해보고자 유일한 생계 수단인 덤프트럭마저 팔고 일용직 일에 뛰어들었다.

엄마 노릇을 하던 아이들의 고모도 더욱 바빠졌다. 간병비라도 아껴야 해 병원에 있는 선민이의 간호를 자처했다. 또 일로 바쁜 남동생을 대신해 나머지 두 아이는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했다.

선민이 아버지는 아내를 잃고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어려움을 버텼다. 시도때도없이 눈물이 나는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며 일터로 나설 때가 많았다. 가족들은 힘든 순간마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은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선민이의 가정에 한 달에 나오는 지원금은 100만원 남짓.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써야 하거나 각종 검사를 해야 할 때는 한 달 생활비를 훨씬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활이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더 고통스러울 선민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에요. 아직 곁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너무 고마워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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