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비밀은 없다' 배우 손예진

"저도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제 얼굴이 낯설었어요. 그런데 낯설면 낯설수록 성공한 것으로 생각했죠(웃음)."

배우 손예진(34)의 기존 이미지는 철저히 무너진다. 처음 보는 모습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또 새롭다.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에서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는 연홍 역할이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과 아내 연홍의 딸 민진(신지훈)이 선거 15일을 남기고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영화는 독특하다. 정치 스릴러인 듯한 영화는 후반부 방향을 급전환한다. 내용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손예진의 변신은 완벽하다.

손예진은 즐거워 보였다. "이성을 잃고 미쳐가는 모습, 격한 표현 등을 보면 꺼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질문을 하시는데 저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캐릭터라서 독특했고, 그 특별함에 끌렸죠."

그는 "기존에 보였던 모성애였다면 출연을 고민했을 것"이라며 "어쩌면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연홍이 하고자 하는 말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지점이 가장 좋았다"고 짚었다.

물론 약간은 두려운 지점이 있다. "관객들이 제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을 텐데 피폐하고 과격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으니 낯설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지점도 있어요. 하지만 연기자로서 성취감이 분명히 있었기에 관객도 제 새로운 모습을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청순'의 대명사 손예진은 이미 변신한 경험이 있다. 영화 '작업의 정석'(2005)으로 웃기고 울렸다. "전 그때가 더 강렬했다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하나씩 깨뜨려줬죠(웃음). 물론 그 작품을 안 했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았겠지만요. 어떤 이미지로 남는다는 건 개인의 관점인 것 같아요.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상대역 김주혁과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2008) 이후 8년 만의 재회다. 손예진은 "옛날에도 호흡이 잘 맞는 배우 중에 주혁 오빠를 꼽았을 정도로 배려가 많다"며 "예전과 전혀 다른 내용과 장르의 옷을 입었는데도 처음부터 어색하지 않았다. 옛날에 호흡 맞췄던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타율'이 좋았던 그는 한중합작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로 저조한 관객 수를 기록했다. 왜 이 영화에 손예진이 등장했을까 의아한 이도 있었다. 손예진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전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걸요? 한국과 중국 관객이 바라보는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중국에 인사하는 것까지 고민을 더 많이 했지 그 이후에는 괜찮았어요(웃음)."

조만간 드라마에도 출연할 전망이다. "드라마 대본을 항상 보고 있다"는 그는 "3년 전만 해도 항상 밤샘 촬영이 기본이었는데 사전 제작이 활성화돼 이제 배우들이 두려움을 갖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알콩달콩한 작품을 보고 있기는 한데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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