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조선 특유의 범죄

조선 특유의 범죄/ 구도 다케키 지음/ 최재목, 김정곤 옮김/ 영남대학교출판부 펴냄

'조선에서는 살인죄를 저지르는 여자가 거의 남자에 필적할 만큼 다수를 차지한다. 그들의 죄목 대부분이 남편 살해다. 내지(일본) 여자의 9배, 대만 여자의 30배 수준이다. 이에 대해 나는 산부인과 전공자로서 1926년부터 7년에 걸쳐 연구했다. 연구 결과 원인은 조선 특유의 풍습, 바로 조혼, 이혼이 불가능한 것, 여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 등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던 구도 다케키가 쓴 책을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와 김정곤 박사가 국내 최초로 번역했다. 구도 다케키가 조선 내 남편 살해의 주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조혼'이다. 사실 조혼의 병폐는 당시 끊임없이 언급됐다. 하지만 윤리적'문화적 측면에서 문제시됐지 '범죄'를 낳는 풍습이라는 인식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구도 다케키는 남편 살해와 조혼을 연결시켜 조선 특유의 범죄로 보고, 이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규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이것은, 조선의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인의 합리적(이라고 포장된) 사고를 동경하게 만드는, 식민지 정책에 대한 순응 및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일 뿐이었다. 책은 당시 일본인 지식인들의 주장을 조선의 지식인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전파시키고, 다시 대중이 인식해 온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337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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