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심사평
한 사람의 인생사는 당사자의 개인적 삶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사회상, 역사적 사건까지 담고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기억의 도서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심에 올라온 논픽션 작품들 역시 해방과 6'25전쟁, 산업화 등의 급속한 변화를 겪은 한국의 현대사와 맞물린 삶의 애환과 가족사를 자전적으로 혹은 연대기적으로 그려내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월남전에 파병된 병사로 인간 존재의 처참함과 그 속에서도 인간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그린'열남'(熱南)이나 부단한 노력과 자기 계발을 통해 지난하고 힘겨운 외국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파독 간호사의 이야기, 교통사고로 맹인이 된 뒤에 마사지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안마사'도 그런 범주의 작품이었다.
그중에서 '박사리의 핏빛 목소리'는 6'25전쟁의 상처가 얼마나 처절하고 깊은지를 박사리라는 한 지역의 전쟁 피해자 38인을 취재, 증언과 기록을 통해 르포 형식으로 표현한 노력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아직도 우리 시대에 전쟁의 상흔과 아픔이 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간결한 문체와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히 드러내어 외려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위험한 인생역정을 그린 '에스케이프'(탈출)는 주제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남다른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영하 삼십 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러시아 삼림지역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걸고 탈출한 북한 벌목공의 긴박하고 위험한 탈출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문체와 능숙한 솜씨로 담아낸 점이 선자(選者)의 눈길을 끌었다. 북한 공산체제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탈북자의 삶과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작품을 두고 고민한 끝에 가독력이 뛰어난 '에스케이프'(탈출)를 대상으로, '박사리의 횃불'을 최우수작으로 결정을 내렸다. 대상을 비롯한 수상자분들께 진심 어린 축하를 드린다.
심사위원: 김주영(소설가), 구활(수필가), 박희섭(소설가)
▷시(시조) 심사평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심사평
제2회 시니어문학상에 응모한 이들의 삶과 글에 대한 열망은 몹시 뜨거웠다.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열정을 잃지 않고 살고 있는 모습이 한 편 한 편의 글에 여실하게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심사에 신중을 기했다. 좋은 작품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엄청난 분량의 시와 시조들을 장시간 정독했다. 원고지에 연필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이도 있었고, 거의 시집 한 권 분량에 가까운 원고를 낸 분도 있었다. 대체로 호흡이 길었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파란의 개인사를 세밀하게 노래한 작품으로부터 근간의 환경 문제나 통일에 대한 생각, 가족사, 내밀한 내면 이야기 등 응모작들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채로웠다.
그러나 입상작을 선정하려고 하니 만만치가 않았다. 심사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먼저 최우수상으로 10편의 작품을 응모한 김우진 씨의 「막도장을 뽑았다. 두 심사위원의 생각은 일치했다. 이분의 작품은 신춘문예 수준을 능가하고 있었다. 응모작 중엔 「막도장」외에도 최우수상으로 올려도 좋을 작품들이 더 있었다. 오랫동안 시를 써온 솜씨가 응모자들 중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조각칼에 밀려나는 나무의 속살은 아버지의 지문이었다 십분 만에 한 생애를 파헤쳤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나무의 그늘을 가져보지 못했다'와 같은 대목은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그가 함께 보낸 작품들의 제목은'속도의 힘, 아버지의 빗살무늬, 계단의 통증, 보랏빛 그 꽃잎 사이, 단단한 근육, 입을 새처럼 벌리고, 수구렁과 말뚝, 일곱 시에 갇히다'등이었는데, 제목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새로운 시각으로 시를 쓰기 위해 힘쓰고 있는지를 잘 엿볼 수 있었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사거리 감정평가서」, 「노란 뼈」, 「봄 언저리」, 「소의 울음이 저수지처럼 깊어질 때」, 「적멸」도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낸 좋은 시편들이었다. 특선으로 오른 이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다수의 시조가 응모되었지만, 입상권에 들지 못한 것은 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참신성이 많이 못 미쳤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도광의(시인), 이정환(시조시인)
▷수필 부문 심사평
문학성에 덕(德)을 더한 삶
전쟁과 가난, 이념의 파고를 헤치고 오늘의 부강 한국을 이끈 세대란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어르신들에겐 녹슨 훈장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풍요의 시대를 살면서도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매일신문사가 매일시니어문학상을 제정한 것은 우리 시대를 일군 한때의 주역들에게 긍지를 되찾게 하고, 삶을 통해 얻은 지혜를 후세들과 나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인간은 표현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처한 환경, 생각은 다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아왔던 공통점은 뚜렷하여 작품의 완성도와 관계없이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글들이 많았다. 금년부터 등단 10년 이상의 기성작가들의 응모를 제한하였지만 신춘문예 못지않은 열기로 많은 작품이 응모되었다. 그중에서 순서를 매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자는 덕으로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덕(德)은 사람이나 대상을 대할 때 열의 눈을 가지고 두 눈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살펴 서로 한마음에 이르게 한다. 삶이 덕을 구하는 일이라면 글쓰기는 덕에 대한 실천을 확인하는 것이다.
의욕을 앞세운, 두 눈으로 겪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남과 구별되지 않는 체험만으로는 감동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나의 체험이나 내가 본 현상이지만 여덟 개의 눈을 더하여 우리의 이야기로 유의미를 풀어내야 한다.
눈물겨웠던 과거는 물론, 젊은 세대의 후견인 역할이나 손자녀들의 육아 등 삶의 생생한 현장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의 진솔한 삶을 읽을 수 있었다. 문학성에 더하여 시니어의 관점에서 어르신들의 현주소와 차세대를 위해 생성되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다.
앞의 기준으로 정수연 님의 '매듭인연'을 최우수상에 뽑는다. 입상하신 분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선외의 분들에게는 다음을 기약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정혜옥, 장호병(수필가)
◇ 대상
▷ 논픽션 전병하(68'경산시 하양읍) 씨 'Escape(탈출)'
◇ 최우수상
▷ 논픽션 박기옥(68'경산시 와촌면) 씨 '박사리의 핏빛 목소리'
▷ 시 김우진(71'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씨 '막도장'
▷ 수필 정경숙(76'대구 수성구 고산로) 씨 '매듭인연'
◇ 논픽션 부문 우수상
▷ 조원웅(74'경남 창원시 마산 회원구) 씨 '안마사'
▷ 김옥열(69'대구시 달서구 장산남로) 씨 '열남(熱南)'
▷ 임지나(69'헌팅턴 비치 캘리포니아) 씨 '걸어온 발자국 그리고 걸어갈 발자국'
▷ 박창보(74'대구 남구 두류공원로) 씨 '끊길 뻔한 저 황금의 끈을'
▷ 강정희(67'독일 랑겐펠트) 씨 '작은 행복'
◇ 시 부문 우수상
▷ 배종영(67'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씨 '사거리 감정 평가서'
▷ 최덕순(70'경기도 화성시 기안동) 씨'봄 언저리'
▷ 방소영(69'경기도 김포시 전원로) 씨 '노란 뼈'
▷ 김숙(69'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씨 '소의 울음이 저수지처럼 깊어질 때'
▷ 김광숙(67'대구 수성구 지범로) 씨 '적멸'
◇ 수필 부문 우수상
▷ 오정원(66' 대구 동구 반야월 북로) 씨 '따뜻한 청빈과 장날'
▷ 박종형(80'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씨 '세상에, 삼식이라 하다니'
▷ 이은정(68'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씨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 윤흥식(67'충남 논산시 논산대로) 씨 '나는 유산(遊山)하련다'
▷ 이병식(69'대구 수성구 시지로) 씨 '일의 의미'
◇ 논픽션 부문 특선
▷ 이순복(89·전남 곡성군 삼기면)씨 '나의 인생길'
▷ 강동남(75·전북 군산시 대야면)씨 '막노동의 대가'
▷ 방태표(72·대구 수성구 지범로)씨 '격동기의 사람들'
▷ 김인자(66·경기도 화성시 통탄순환대로)씨 '꿈속의 꿈'
▷ 리진호(87·충북 제천시 금성면)씨 '논문박사 취득 14년 이야기'
▷ 김복중(71·충북 청주시 서원구)씨 '전선야곡'
▷ 조희순(68· 서울 구로구 항동)씨 '굿바이 달라스'
▷ 고창환(74·대구 동구 아양로 9길)씨 '시원한 바람 상쾌한 아침!
▷ 황성수(73·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씨 '아무도 노동자의 아픔을 모른다'
▷ 유병길(80·경북 상주시 외서면)씨 '배고픔의 탈출'
▷ 이수조(67· 인천시 중구 항동)씨 '기억의 집'
▷ 김성칠(68· 대구 달서구 상인동)씨 '나의 어머니'
▷ 나대영(66· 광주 동구 필문대로)씨 '출항, 그리고 귀항'
▷ 김선자(76· 대구 달서구 도원로)씨 '마음으로 그리는 아버지의 초상화'
◇ 시 부문 특선
▷ 채경자(72·대구 달성군 가창면 가창로)씨 '목련꽃 사다리'
▷ 이순선(69·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시민대로)씨 '내 머리의 회오리'
▷ 장인자(74· 대구 수성구 용학로)씨 '겨울삽화'
▷ 고순자(72·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씨 '봄을 듣다'
▷ 윤일분(70· 대구 수성구 범물동)씨 '감기'
▷ 김영근(67· 대구 북구 중앙대로)씨 '나이테'
▷ 이순복(89· 전남 곡성군 삼기면)씨 '일제시대'
▷ 엄흥식(71· 강원조 춘천시 영서로)씨 '무지개'
▷ 김능수(67·경북 안동시 제비원로) 씨 '탄낙목한천(歎落木寒天)'
◇ 수필 부문 특선.
▷ 김영식(70·포항시 북구 삼호로)씨 '할빠의 노래'
▷ 김정순(68·대구 수성구 노변공원로)씨 '만추'
▷ 김장배(78·울산시 중구 학성로)씨 '달을 건지다'
▷ 권춘수(76·경북 군위군 군위읍 중앙길)씨 '아버지의 완장'
▷ 이수영(72· 대구 달서구 월서로)씨 '38년만에 보는 사진'
▷ 최인수(80· 경남 사천시 서포구 자구로)씨 '십자가 같은 전봇대'
▷ 이영백(67·대구 수성구 상록로)씨 '작은 손'
▷ 윤상희(75·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씨 '목화 곁에서'
▷ 하병주(76· 서울 성북구 아리랑로)씨 '고라니 좋은 일만 했다'
▷ 김태호(70· 대구 수성구 신천동로)씨 '야간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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