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사드 배치 후폭풍] "장관들 같이 살자, 성주에 집 지어 주겠다"

사드 배치 대정부 질문 참관…총리, 국방·외교 장관 "노력하겠다" 답변에 "더 들을 것 없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관람온 경북 성주군민들이 사드 배치 관련 긴급현안 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관람온 경북 성주군민들이 사드 배치 관련 긴급현안 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속에 뭐가 언친(체한) 기분입니다. 들으니까 더 답답해요."

19일 국회에서 열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현안 질의를 참관한 성주 군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 흔한 주민공청회 한 번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정부의 태도에 화난 성주 군민들은 일말의 기대를 갖고 국회를 찾았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정부의 원론적인 답변을 듣고 가슴을 쳤다.

이날 국회는 오전 10시부터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불러 사드 배치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했다. 국회를 찾은 성주 군민은 약 40명. 군의회 의원 2명과 동네 이장, 참외 농사를 짓는 평범한 주민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오전 5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에 도착해 현안 질의를 참관했다. 조용히 경청하던 주민들은 오후 2시 30분쯤 "더 들을 거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역구 의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군민과 합의를 이룰 때까지 사드 배치를 전면 중단하라"고 주장했으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노력하겠다"는 어정쩡한 답변을 하자 분노가 폭발했다.

성주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로텐더홀 계단에 앉았다. 주민들을 위로하러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김천)이 달려왔다가 핀잔만 들었다. 이 의원이 "무심하게 있다가 성주 주민들이 이렇게 당하니까 힘들 것이다. 경북은 나라를 열심히 지킨 지역인데 주민이 이해를 하고 난 뒤에 사드 배치를 발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군민들이 "의원님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십니까?" "박근혜를 설득해! 박근혜를!"이라고 외치며 화를 냈다.

성주 집회에서 외부 세력 개입을 언급한 국회의원의 발언은 화난 성주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사드 배치에 항의해 삭발을 한 곽길영 성주군의원은 "김진태 의원(새누리당)은 성주에 외부 세력이 개입됐다며 엄중하게 처벌하라고만 한다. 오늘 시간만 있었으면 (김진태 의원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려 했다"며 화를 냈다.

성주 군민들은 명확한 자료 제시도 없이 사드의 안전성만 강조하는 정부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한 주민은 "그렇게 안전하면 국방부 장관, 국무총리도 성주에 와서 다 같이 살자. 내가 사드 배치 장소에서 200~300m 인근에 살고 있으니 그 사람들이 오면 집을 지어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년간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하고 있다는 또 다른 주민(58)은 "농사 하루 이틀 안 짓는 게 뭐가 중요하노. 난생처음 국회에 왔는데 사드 때문에 왔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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