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 함께] 우리는 스무 살에 시를 쓰기 위해 집 하나를 빌렸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병률(1967~ )

그토록 많은 계단을 올랐다니

그토록 막막한 높이에 우리가 감금되었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1

내가 시름을 데리고 들어간 움막에

너는 약을 준비해놓고 잘 자라 했고

중략

자살한 친구 생각날 때, 눈감을 수 있게

한데로 나가주었다

중략

시를 쓰기 위해 방을 얻고 시와 몇 가지 우정을 맺었다. 감정에 대해, 한적한 시간에 대해, 호밀에 대해, 사슴벌레에 대해, 까치발에 대해, 돌담에 갈겨 그려 넣은 오줌발에 대해, 우리는 시를 쓴다. 시를 쓰기 위해 그 방을 떠나기 전 우리는 잠시 사랑을 했다. 상실에 대해 우리는 많이 속삭이는 편이다. 시는 경작이고 노동이며 노래이다. 시인은 불가능한 침묵을 고백하듯이 사랑을 하기 위해 시를 완성해 나간다. 그것은 소멸을 두려워하는 시인의 단단한 명예와도 같다. 때로 시인의 그러한 결계는 비명처럼 단호하고 밀고처럼 어둡고 불안하다. 우리는 시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도시를 떠나왔던가? 사소한 물음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이 시는 상실에 대해 말하기 위해선 우리가 사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이 진행 중이며, 김 전 장관 측은 비상계엄 모의가 정...
정부는 도심 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묶어 중층 주택을 공급하는 '도심 블록형 주택' 도입을 검토하며, 이를 통해 아파트 중심의 ...
개그맨 조세호가 논란 약 3주 만에 복귀 소식을 알린 가운데, '조폭 연루설' 의혹을 제기한 A씨가 추가 폭로에 나섰고, 조세호 측은 이러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