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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의 시와 함께] 우리는 스무 살에 시를 쓰기 위해 집 하나를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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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1967~ )

그토록 많은 계단을 올랐다니

그토록 막막한 높이에 우리가 감금되었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1

내가 시름을 데리고 들어간 움막에

너는 약을 준비해놓고 잘 자라 했고

중략

자살한 친구 생각날 때, 눈감을 수 있게

한데로 나가주었다

중략

시를 쓰기 위해 방을 얻고 시와 몇 가지 우정을 맺었다. 감정에 대해, 한적한 시간에 대해, 호밀에 대해, 사슴벌레에 대해, 까치발에 대해, 돌담에 갈겨 그려 넣은 오줌발에 대해, 우리는 시를 쓴다. 시를 쓰기 위해 그 방을 떠나기 전 우리는 잠시 사랑을 했다. 상실에 대해 우리는 많이 속삭이는 편이다. 시는 경작이고 노동이며 노래이다. 시인은 불가능한 침묵을 고백하듯이 사랑을 하기 위해 시를 완성해 나간다. 그것은 소멸을 두려워하는 시인의 단단한 명예와도 같다. 때로 시인의 그러한 결계는 비명처럼 단호하고 밀고처럼 어둡고 불안하다. 우리는 시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도시를 떠나왔던가? 사소한 물음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이 시는 상실에 대해 말하기 위해선 우리가 사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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