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시 통신] 발길 잦아진 '보리문디들'

16개 중앙행정기관이 몰려 있는 세종시에 '보리문디'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막바지에 들어간 정부의 내년도 예산 작업에서 지역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함이다.

선봉에 시도의 수장들이 나서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일 세종청사 국무조정실을 방문,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을 만나 이전 부지 선정과 국비 지원 문제 등을 놓고 지역의 여론을 적극 반영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기획재정부에선 박문섭 예산실장과 구윤철 예산총괄정책관은 물론 예산 관련 사무실을 일일이 돌면서 인사하고 읍소했다. '바쁜 일정 속에 주무관까지 만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걸뱅이 구걸하러 다니는데 주인 허락 맡고만 다닐 수 있느냐"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당초 세종시에서 열기로 했던 경제'행정부처 수장들과의 만남을 부총리'장관의 일정을 고려해, 급히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을 잇달아 면담하고 SOC 예산 및 신산업 육성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유 부총리는 기조실장을 통해 별도의 브리핑 시간을 갖고 홍 장관도 기조실장을 배석시키는 등 각별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수장들에 이어 부단체장과 기초단체장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김승수 대구시 행정부시장의 경우 대구공항 통합이전의 대정부 카운터 파트너로 수시로 국조실과 협의하는 한편 이견이 발생할 시 급히 세종시로 발걸음을 돌린다. 행자부로 자리를 옮긴 김현기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도 올해에만 5번이나 세종시를 찾았다.

'보리문디'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문 부처는 단연 기재부다. 돈줄을 죄고 있는 곳이기에 지역 사업이 '돈맥경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뚫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지난 3일 주요사업 담당 실과장들과 함께 대거 세종시를 찾아 기재부 예산심의관 등을 찾아 내년도 주요 현안사업을 직접 설명했고, 이희진 영덕군수도 최근 기재부 예산실장 및 관계 국'과장을 찾아 직접 사업 설명에 나섰다.

기재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이제는 대구경북에서 누가 온다고 하면 일단 겁부터 난다"며 "한 번은 일정이 맞지 않아 취소하려고 했는데 '어느 군수는 만나주고 나는 왜 안 만나 주냐'고 불평을 털어놓아 할 수 없이 중요한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