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착같이 쐈다" 대구의 딸 장혜진 '엄지 척'

리우 올림픽 女양궁 단체전이어 개인전 석권 2관왕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양궁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장혜진이 관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양궁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장혜진이 관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찍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총명하고 담대한 장혜진(29'LH)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12일 브라질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장에서 열린 제31회 하계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 2관왕에 오른 장혜진은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책임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악착같이 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혜진은 이날 런던 대회에 이어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한 기보배(28'광주시청), 세계 랭킹 1위 최미선(20'광주여대)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16강전에선 부담되는 강은주와의 남북 대결에서 이겼고, 4강전에선 '한 수 위'로 여겨진 기보배를 따돌렸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에서 키 180㎝로 덩치가 큰 리사 운루흐(독일)를 큰 고비 없이 6대2로 따돌리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장혜진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스타다.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 대남초교 4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지만, 꿈나무로 주목받지 못했다. 두각을 보인 때는 대구 경화여중과 대구체고를 거쳐 계명대에 진학한 후이다. 그는 계명대 2학년 때인 2007년 전국체육대회 여자 대학부에서 대구 선수단에 금메달 3개를 안기며 비로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장혜진은 대학 4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4위로 막판 탈락해 분루를 삼켰다. 2014년 월드컵은 그가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 대회다. 3차 월드컵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그해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장혜진은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였고 3위로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리우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 후보로 주전 선수들과 동행한 그는 연습장에서 '도둑 훈련'을 하면서 올림픽 출전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리우 올림픽은 장혜진을 진정한 '양궁 여제'로 올려놓았다. '선발전 4등 선수', 단체전 선수'라는 꼬리표를 뗀 장혜진은 이제 2020 도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할 선수로 주목받게 됐다.

그의 여중'대학 선배이자 은사인 류수정 계명대 감독은 "혜진이가 보배와의 준결승전에서 바람 때문에 3점을 쐈는데, 대학 때 전국체전에서 실수로 0점을 쏜 적도 있다"며 "침착하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그를 올림픽 2관왕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것 같다. 이런 강점 덕분에 그는 단체전에서 1번 사수로 당당히 나선다"고 했다. 류 감독은 "대학 졸업 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 갔지만, 혜진이는 대구에서 양궁을 배워 세계 최고가 된 '대구의 딸'이다"고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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