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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짜증만 돋우는 여야의 유치한 '건국절' 말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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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를 놓고 여야가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은 한마디로 짜증스럽다. 총의(總意)를 모아도 해결이 만만치 않은 대외적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조선시대 당쟁을 빼다박은 공허한 말싸움으로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으니 그렇다.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으로 먹고살 걱정 없으니 한가한 논쟁이나 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올해를 '건국 68주년'이라고 한 대로 1948년 정부 수립이 건국 시점이라고 한다. 야당은 이에 대해 상해 임시정부와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임시정부가 출범한 1918년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이다. 건국의 개념 규정부터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3요소는 주권, 영토, 국민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정의(定義)상 국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건국 시점은 정부 영토와 국민, 주권을 다 갖추게 된 1948년이 맞다. 반면 상해 임시정부 시절의 대한민국은 국가의 3대 요소 모두를 결여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임시정부는 최초의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장'에서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했지만, 민주공화국의 성립에 필요한 선거 등 법률적 절차를 거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임시정부 수립=건국'이란 등식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헌법 전문은 독립정신과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948년=건국 시점'이란 주장은 곧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의 부정이자 논리의 비약이다. 여당이 헌법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건국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의 논쟁은 진영 논리에 함몰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기 진영의 해석과 가치 부여만이 옳다는 저열(低劣)한 독선만 횡행하고 있다. 이런 막무가내식 말싸움에서는 건설적인 합의 도출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것이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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